▲2020 미국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NBC 방송 갈무리.
NBC
– 변수는?
물론 변수는 있다. 첫째로 '샤이 트럼프', 즉 숨어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이다. 2016년 당시에도 여론조사 기관들이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이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대체적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면서 그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트럼프 지지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유권자가 더 많다.
하지만 이들 '샤이 트럼프' 그룹은 4년 트럼프 임기 동안 상당 부분 그늘 밖으로 나와 공공연한 트럼프 지지 세력에 합류했다. 그런가 하면 흑인과 히스패닉 공화당 지지자가 2016년 당시보다 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 가감의 결과는 산정하기 어렵다.
반면 '히든 바이든' 즉 숨겨진 바이든 지지자들 역시 늘었다는 평가도 많다. 정통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미국의 전통적 가치에 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실망한 이들이 늘어났다. 이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 인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에 가까운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연 샤이 트럼프와 히든 바이든의 ±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결과를 기다려볼 만하다.
– 이번 선거에서 우편투표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는데 그것 역시 변수로 봐야 하지 않나?
그렇다. 샤이 그룹 못지않게 우편투표의 결과도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잘 알려졌듯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우편 투표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크고, 어느 때보다 진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투표장 인근에서 있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고자 우편투표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었다.
문제는 우편투표의 접수 방법이다. 이 규정 또한 주마다 다른데 우편투표를 언제까지 받아줄 것인가, 우편물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심각할 경우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애매한 사례가 발생해 대법원까지 소송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역을 판단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우편투표 비율이 높다는 것은 3일 현장 투표의 개표가 최종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코로나19의 영향도 변수로 봐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변수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치적 득실 관계는 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이 일반적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은 코로나19 세계 최대 피해국으로 전락했다. 단순히 피해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합리적이지 못한 방역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 또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통해 너무 많이 노출됐다. 심지어 연방정부를 믿지 못해 주 행정부가 단독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본인마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에게는 감염증을 딛고 나선 것이 영웅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절대 다수의 미국인에게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는 이미 대부분의 여론조사에 반영이 됐으며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은 작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어쨌든 전체적으로 바이든이 우세하다는 건데,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 지지층 중심으로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트럼프의 등장은 극우세력이 자신들의 목소리도 주변이 아닌 미국사회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사건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이 되었고 트럼프는 그들의 영웅이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다면 그들은 조용히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집권 4년간 자신들의 목소리가 미국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권력의 맛을 본 극우세력은 다시 주변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폭동의 가능성이 나오고 있고, 트럼프 캠프에서는 노골적으로 극우세력의 중무장 가능성을 흘리기도 한다. 반 트럼프 진영으로 하여금 정치 혐오를 유발하려는 것.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우편투표의 비율이 높아진 것도 일정 부분 그 영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도 대선에 패배할 경우 승복하지 않고 긴 소송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그의 뒤에는 무슨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성 지지세력과 제도권 안에서 사법적 지원, 또는 사법적 최종판단을 해줄 수도 있는 장치까지 확보해 가고 있다. 정치적 쟁점을 사법적 판단으로 결정지으려는 시도인데, 민주주의 위기의 한 단면이다. 이미 지난 2000년 대선 당시에도 벌어졌던 일이고 불행하게도 지금의 미국에서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은 시나리오다.
2020 미 대선 이후 전망
– 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무엇이 달라질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미국의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제 분야에서 탈 오바마 정책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반면 바이든이 당선되면 건강보험을 비롯해 자신의 부통령 시절로 당분간 회귀할 것이다. 특히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백악관을 포함해 상·하원까지 모두 민주당이 접수하는 상황에서 바이든의 정치 실험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최근 연방대법관 후보 지명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의 사법제도에서도 개혁이 필요한 영역이 많다. 다만 정치적 진영 논리로 환원될 소모적 논쟁의 여지도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수를 기존의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소의 정치적 공방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 집권 4년간 자신들의 목소리가 미국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음을 맛본 극우의 목소리가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미국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정치적 혼란기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규제 철폐가 더욱 탄력을 받아 에너지, 금융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바이든이 되면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지출이 확대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증권가는 본다. 경제 활성화에 좋은 처방이 감세냐 증세냐 하는 전통적 논쟁인 셈이다.
–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은데.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상호 외교 관계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재고를 한 곳이 있다면 바로 서유럽 국가들일 것이다. 서유럽과 미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껄끄러운 4년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유럽의 근간인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흔들었다. 유럽의 극우세력, 반 유럽주의 세력을 가까이했으며 포용했다.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가 유럽의 일방적 착취라는 기본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의 미국은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약에서도, 유네스코에서도, 이란 핵 협약에서도 탈퇴했다. 영국의 한 언론은 이제 유럽이 미국을 보는 시각이 분노에서 연민으로 바뀌고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유럽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하는 발걸음을 서두를 것이다. 미국을 달래고 기다리기에는 4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하면 서유럽은 모든 관계에 대한 복원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미 바이든 후보 측은 서유럽과의 관계 정상화를 내세우며 유럽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앞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20세기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전제하에 유럽 국가들이 구상하는 새로운 21세기형 북대서양 관계 구축은 새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이어질 것이다.
중국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바이든의 당선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대와 달리 미국 유권자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와 실망감은 상상 이상이다. G2 파트너로 대우하기에 중국의 기본 인권 인식, 공정무역에 대한 기본 관념, 정치적 자유에 대한 기본 발상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
압도적 인구 수에 따른 경제 규모와 잠재력을 인정해 주기에는 선진국을 위한 전반적 균형이 중국은 아직 많이 모자란다. 따라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미국의 대중국 관계가 갑자기 좋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도 성향의 바이든 후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 부분 흡수한 백인 중도 남성 표심을 되찾아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