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3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가들은 언니, 오빠와 같은 호칭을 쓰지 않고 서로를 이름이나 별칭으로 부른다. 직위와 위계가 없이 동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모두가 주체가 되게 하기 위함이다.
청소년기후행동
- 청소년 동료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
"북극곰 전시회 따라다니고 스티커 사면서 자기만족하는 걸로 넘길 수 없을 만큼 기후위기가 거대한 문제라는 건 분명한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참 막막했어요. 이 분야를 열심히 파서 전문가가 된다 해도 50~60대나 되어야 정부 정책에 자문이라도 넣을 수 있을 테니...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에너지 전환과 관련 있는 곳으로 직업을 찾기 시작했고 일하는 과정에서 청소년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죠.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인 청소년 당사자들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고 제 삶을 완전히 이 일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 20대도 청소년기후행동 공식 멤버가 될 수 있나요?
"가입하는 데 나이 제한은 없어요. 20대는 저까지 6명 정도 되고요, 대부분은 13살 초등학교 6학년부터 19살까지 청소년들인데, 위계 없이 수평적으로 일해요."
- 그게 가능한가요? 한 학년만 차이 나도 군기 빳빳이 세우는데? (웃음)
"우리 안에서 언니, 오빠, 선배님, 선생님 같은 용어는 일절 쓰지 않기로 했어요. 누구나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서로가 수단이나 도구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게 우리 모임의 원칙이거든요. 가끔 저한테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는데, 하지 말라고 하죠."
- 그럼 안에서는 보림님을 뭐라고 불러요?
"그냥 보림이라고 하거나 코림이라고..."
- 코림이요?
"제 별명이에요. 제가 울면 코가 빨개진다고. (웃음) 서로 별칭을 부르거나 이름을 불러요. 서로 동등한 존재로 존중하고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의사결정구조도 역할과 책임을 기준으로 나누는 거지, 직책 같은 걸 만들어서 위계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어요. 내부 구조를 그림 그릴 때도 직선도 수직도 아니게 일부러 둥글둥글하게 그리죠."
생활기록부에도 안 들어가는 일을 왜 하냐고요?
청소년기후행동에는 대표도, 사무국장도 없다. 전체 회원은 운영멤버와 네트워크멤버 중에서 자기 조건에 맞게 회원의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운영멤버는 주1회 이상 온라인회의에 참여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워킹그룹이다. 전국 35개 지역에 걸쳐 90여 명이 있고, 각자 참여가능한 역할에 따라 캠페인기획팀, 기반팀, 미디어팀, 커뮤니케이션팀, 컨텐츠 디자인팀, 연구교육팀의 6개 팀으로 나뉜다. 회원들이 전국에 흩어진 청소년 학생이다 보니, 소통은 주로 줌과 잔디, 슬랙과 카카오톡 같은 디지털툴을 이용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조건에서도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동안 청소년기후행동은 치열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3월 15일 첫 번째 결석시위를 벌이며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한 데 이어 5월과 9월, 11월에 결석시위를 했고 올해 3월에는 현재의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기후위기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헌법상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생태전환교육의 적극적 조치들을 끌어냈고 '21대 국회에 보내는 행운의 편지'를 통해 기후입법의 절박성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