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자동차 공장 설립 소식을 전하는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
리센룽 페이스북
두 해 전인 2018년 10월,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국의 가전회사 다이슨이 싱가포르에 전기차 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다이슨은 2016년부터 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는데 그 생산 기지를 싱가포르로 정했고, 2020년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2021에는 시제품을 출시한다는 내용입니다.
리 총리는 발표가 나기 전에 제임스 다이슨을 만났던 일화도 함께 전하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무역과 금융, 그리고 관광이 주요 산업인 도시국가에서 최첨단 전기차를 만든다는 건 제조업이 취약한 싱가포르의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주는 일입니다.
그로부터 세 달도 지나지 않은 2019년 1월, 다이슨은 영국에 있는 다이슨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다이슨의 생산공장은 이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 있고, 전기차 공장을 싱가포르로 옮긴다고 하긴 했지만 영국에 있는 본사마저 옮긴다는 소식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다이슨은 본사를 옮기는 이유로 제품 생산이 모두 아시아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영업이익의 50%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유럽과의 거래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었습니다. 노딜브렉시트가 이루어지면 영국은 EU를 비롯해서 세계 각국과 별도의 관세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싱가포르는 이미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겁니다.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을 정도로 영국의 대표적인 기업가이자 발명가로 영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브렉시트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던 그가 브렉시트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자 본사를 옮기는 방법으로 손해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하루 아침에 영국인들로부터 위선자라는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다이슨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영국 제1의 부자인 그가 자녀들에게 재산 상속을 위해 본사를 옮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습니다. 영국에서 그가 상속을 하게 되면 상속세 40%가 부과되는데, 싱가포르엔 상속세가 없습니다. 1947년생으로 올해 73세인 그가 상속세를 안 내고 상속을 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옮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