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출범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일단 출발은 좋다. 허니문 효과도 있었겠지만 NHK가 매월 실시하는 정기여론조사에서 출범 직후 지지율은 62%로 나왔다. 학술회의 추천자 임명 거부로 시끄러웠던 10월에도 불과 7%포인트 하락한 55%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9월 퇴임 시까지 한 번도 과반 지지율을 넘지 못한 아베 내각과 비교한다면 탄탄한 지지율이며, 심지어 자민당이 정권을 재탈환한 2013년 1월의 아베 내각 지지율 63%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르면 내년 초, 늦어도 가을에는 실시되는 중의원 총선거를 대비한 '임시내각' 성격이 짙었던 스가 정권이 오래 갈 가능성도 생겨났다. 내각의 얼굴인 스가 총리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굳이 총해산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지지율이 올라간다면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선제적 총해산을 감행할 수도 있지만, 스가 총리가 '일하는 내각'을 천명한 이상 이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지금 내각 인선으로, 그것이 퍼포먼스든 뭐든 일단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임시'인 줄 알았는데... 스가의 경쟁력
스가 내각은 외교적 성과와 거시적 경기 부양책 등에 초점을 맞췄던 전임 아베 내각에 비해 서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세세한 정책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이라 비판하지만 통신비 인하, 공공기관의 인감문화 철폐 등은 매우 임팩트가 크다.
일본의 통신비 시장은 NTT가 주도하고 KDDI와 소프트뱅크가 따라가는, 일종의 '가격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 <마이나비>가 2016년 전국의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터넷 회선 요금이 월 5181엔, 스마트폰 요금이 월 1만1841엔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 총무성 통계국이 발표한 4인 가족의 월 평균 생활비 33만 엔의 상세내역을 보면 통신비로 가구당 2만4000엔을 지출했다. 물론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개인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총 생활비의 7%에 달하는 이 통신비 고정 지출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통신비 요금체계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2019년 6월 총무성의 종합통신기반국 요금서비스과는 <모바일 접속료의 산정기준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통신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3개 회사의 원가 내역, 이윤율 등을 조사한 것인데,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들은 전부 백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총무성은 보고서 표지에 '빨간색 테두리 안의 내용은 자문위원들만 볼 수 있다'고 적어놨지만 어떤 식으로 통신비의 원가가 결정되고, 각 비용항목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이윤은 어떻게 되는지 이 보고서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반면 위의 통신 3사는 접속료 추이 그래프에 대해서는 지난 2010년에 비해 매년 엄청난 접속료 인하를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자기들이 해 온 좋은 실적은 일반에 공개하고 통신비 산정 기준 원가, 이윤 등에 관한 부분은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