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님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주의자의 '이근손실' 방지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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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juwonlee0807)등록 2020.10.06 15:29
이근 대위 빚투 논란과 여론 

UDT 출신 전직 해군 장교 이근 대위가 연일 논란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기획한 프로그램 가짜사나이(1기)의 '교육대장'으로 출연해 유명새를 탄 이후, 불과 얼마전까지 각종 광고와 방송 프로그램을 사실상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 5~6년전 한 지인으로부터 빌린 200여만원을 제대로 갚지 않았다는 소위 '빚투' 논란에 휩싸였고, 여론은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의 채무 상환 문제에 집중되었다. 현재 이근 대위와 그 지인은 채무 문제에 대해 합의를 마친 상태이며, 관련 내용을 이근 대위 개인 유튜브 채널에 "성훈이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지인 실명은 상호 합의에 따라 공개)라는 제목으로 게시하였다. 당사자간의 합의가 이루어졌으므로, 우선적으로는 채무 관계의 가장 핵심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나무위키 참고자료: 이근/논란 및 사건사고)

그러나 채무 관계가 일단락 되었다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마무리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채무 관계 자체는 두 사람 사이에 발생했지만, 채무 관계의 해결은 여론의 갑론을박을 거치고 나서야 마무리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 관계와 그간 사법적 절차도 중요했겠지만, 대중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이전까지는 두 사람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여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채무 관계' 자체만을 지칭하면 타당하다. 그를 넘어선 '채무 관계의 해결 과정'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다수 여론은 이근 대위에게 상당히 차가운 편이다. 주로 세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최초로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을 당시 이근 대위 채널에 폭로자를 비방하는 댓글이 달렸는데, 이를 이근 대위 채널에서 댓글창 상단에 고정해 다수 팬들이 볼 수 있도록 노출했기 때문이다. (캡쳐자료) 문제 제기의 진정성을 파악하려 노력하기 이전의 이러한 섣부른 행동은 자칫 일부 극성 이근 대위 팬들의 해당 지인을 향한 인신 공격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둘째, 지금은 삭제된 그의 최초 해명 영상이 다소 부실하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근 대위는 2014년경 이미 빚을 모두 상환한 상태라고 주장했지만, 2015년에 녹음된 것으로 알려진 녹취록에서는 이근 대위가 여전히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빚을 갚았다면, 그 이후에 빚을 갚겠다고 주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셋째, 추가 게시된 영상에서도 여전히 '이근 대위'를 향한 여론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사자와 합의를 하였고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는 주장은 나오지만, 자신의 어떠한 행동이 잘못되었고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영상의 제목도 느닷없이 "성훈이(지인의 이름)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것을 두고 네티즌들은 더욱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즉,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행동 (댓글 고정), 설득력이 부족한 (첫번째) 해명 영상, 그리고 일부 이근 대위 스스로에 대한 비판 회피(두번째 영상)가 문제 제기의 요체를 이룬다. 

가브리엘(Gabriel)씨의 유행어 관련 저격, 가세연의 세월호 관련 문제제기 

문제는, 그에 대한 논란이 빚투에서 멈추지 않고있다는 점이다. 우선, 가짜사나이 1기에서 교육생으로 출연한 유튜버(Youtuber)이자 게임 스트리머(Streamer)인 가브리엘 흐라스토비치(Gabriel Hrastović)씨는 미국 기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과  트위치 방송을 통해 이근 대위를 공개 저격하였다. 비판의 핵심은, 이근 대위가 자신의 유행어 "4번은 개인주의 (4번은 가브리엘씨 교육생 당시 번호임)"를 방송에서 자주 언급하는데, 이에 대해 자신과 한 번도 협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유행어를 둘러싼 각종 인터뷰에서도 가브리엘씨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수반하고 있는데, 자신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으면서 그러한 유행어로 인기를 누리는 것이 불쾌하다는 것이다. 훈련 목적으로 허용된 자신에 대한 폄훼적 묘사가 프로그램 종료 이후까지 이어지는 듯한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더불어,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이근 대위가 다른 유튜브 채널 Korea Now와의 영어 인터뷰(관련영상)에서 세월호 사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졸렬한 이근 세월호 팔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근 대위는 세월호 사건 당시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로 해군과 해경의 세력 다툼(turf war)을 꼽았다 (당시 이근 대위는 민간인으로, 미국 잠수 업체와 협업 중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근 대위와 협력한 미국 업체가 잠수부 일당 3000만원을 인건비로 요구하고 (당시 한국인 잠수부가 일반적으로 98만원을 받았다고 알려짐), 구조 활동시 정부 부처의 개입이 원천 불가하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주장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가세연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해군과 해경의 세력싸움'보다는 이근 대위팀의 구조 활동을 명분으로한 '과도한 비용 청구'가 더욱 큰 문제라는 문제제기를 하였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현재까지 이근 대위는 추가 비난 받은 부분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근 대위님이 대답을 '악'으로 통일할 때

이근 대위를 향한 비난이 거센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그의 조교로서의 모습과 의도치 않게 유명해진 유행어 때문일 것이다. 가짜사나이에서 그는 훈련생들에게 "너 인성 문제 있어?"라며 질책하고, 팀원과 협동하기 어려워하는 교육생에게 "4번은 개인주의야"라며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행어들이 이제는 그의 상황을 조소하는 표현으로 이용되고 있다. 물론 그가 번역투의 한국어를 말한만큼, 그의 표현이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의미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외국인 훈련생에게 "한국말 못알아듣는 척 하지 말라"고 호되고 훈육하기까지 했다. 최소한 그는 언어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가 '조교' 이근의 태도를 부적절한 상황에서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가 표면적으로 고압적이기만 했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그의 행동과 발언 역시 '논의의 대상' 혹은 '평가의 객체'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가의 주체' 혹은 '훈육의 주체'로서 단정적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다. 자연인 이근은 군사 훈련에서는 조교이지만, 특정 지인과의 관계에서는 '채무자', 가짜사나이 이후 가브리엘씨와는 '안면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리고 세월호 사건에서는 잠수 업체의 이해를 주장해야하는 '기업인'이었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있는 하나의 주장일 수는 있지만, '악'으로 대답해야할 절대적 순응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된다 ('악'은 해군 특수 부대 훈련에서 교관 지시 사항에 수긍할 때 훈련생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역으로, 지금은 이근 대위가 대답을 '악'으로 통일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오해에 대해서는 합리적 소명을 해야할 것이고, 지나친 인신 공격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부적절한 결정에 대한 인정이 결여된 상태에서, 타인과 여론에게만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 비판을 제기한 측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면, 미사여구를 붙이기 보다는 수긍한다는 의미에서 '악'을 외쳐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인성문제' 없는 이근 대위로 다시금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근님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근 대위 채널에 2020년 10월 05일에 게시된 영상의 제목은 "성훈이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이다. 여론이 이 제목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이유는, 이근 대위 스스로의 성찰에 관한 것이기 보다는, 채무 관계에 있던 지인에게 '시혜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여론이 "이근 대위님 왜 그렇게 결정을 하셨습니까?" 라는 질문에 "제 지인 명예를 지켜주세요"라고 답한 것이다. 즉, 질문과 관계 없는 대답을 한 것이며, 설사 관계가 있었다면 이 대답은 "여론이 잘못되었다"는 가치 평가를 담고 있다. 부적절한 여론도 있겠지만, 합리적 문제제기까지 모두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 안된다. "하나가 잘못되었다고 전체에게 기합"을 주는것은 훈련 조교의 태도로, 지금은 이러한 대응이 불필요한 시점이다. 

도리어, 지금은 이근 대위가 본인의 명예 회복에 집중할 시점이다. 그는 처음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군사 안보 전략'을 발전시키는데 공헌하고 싶다고 했다. 채무 논란으로 촉발된 그에 관한 많은 비판이 있지만, 특수 부대 출신으로서 그의 군 전문성까지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염려하는 소위 '이근손실'이 될 것이다. 대신, 그가 원래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행동 중 부적절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사과를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사건별로 세세한 진실게임을 이어가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차피 대중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대신, 대중은 이근 대위가 군인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합리적 소통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유의미한 활동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그의 가치관과 달리, 필자는 개인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비판은 받을 수 있지만, 개인으로서의 이근은 존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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