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제1회 온라인 케이팝 댄스 대회에서 우승한 자스민 챈더리(Jasmine Chanthery)가 걸그룹 ITZY의 ‘Wannabe’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케이팝은 호주 사회에 여러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모내시 대학 학생으로 부모가 인도네시아인인 수잔 알합시(29)는 호주 SBS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케이팝이 나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라면서 "서양 음악과는 다르다. 나는 그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됐다고 느끼고 있고, 또 그들 음악의 비트도 즐긴다"고 말했다.
케이팝의 인기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매쿼리 대학의 아시아학 교수 토마스 바우디네트 박사는 케이팝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정말 매혹적인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그룹에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 젊은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연령대들도 한국에 점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 음악, 드라마, 음식 그리고 한국에 대한 강한 애착은 한국어에 대한 강한 관심으로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 대학에서 한국어 프로그램의 등록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케이팝의 인기를 끌어올린 건 방탄소년단(BTS)이다.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버네사 매든(29)은 "BTS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압박감에 대해 노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며 "BTS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메시지의 영향력에 매료됐다"라고 말했다. 매든은 이어 "(BTS의 인기는) 우리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BTS 팬인 재키 불(16)은 2019년 호주 전역을 덮친 산불 사태 때의 경험을 말했다. 그는 호주 공영방송 ABC와 한 인터뷰에서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들)들이 산불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을 해 사흘 만에 2만 1000달러가 모였다"라고 말했다. 재키는 이 때의 경험을 들어 "케이팝 남성 그룹 팬들이 히스테리적인 10대 소녀라는 오명과 생각을 타파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됐다"라고 밝혔다.
"한류가 일본 붐보다 더 효과적인 소프트파워"
호주에서 왜 케이팝이 인기를 끌고 있을까? 작년 11월 ABC 방송은 케이팝의 인기 원인을 분석했다. 이 방송은 케이팝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 중 하나로 팬덤을 꼽았다.
방송은 "케이팝 그룹들은 연예기획사들이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만들어 내며 이 과정에서 노래, 춤, 그리고 외국어 코칭이 수반되는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따라서 그룹 멤버들은 근면한 노력을 통해 일종의 자기 성취와 성공을 구현했기 때문에 팬들에게 '아이돌'(영웅)이 된다"라고 분석했다.
서호주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조 엘프빈 황 박사는 이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BTS는 자신들의 노래 가사에 아미라 불리는 팬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라며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 우상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친밀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 엘프빈 황 박사는 이어 "전 세계의 지역 지부를 통해 조직된 팬 네트워크가 온라인상의 팬들의 헌신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해 매우 개인적이고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공생관계는 팬 구호에서 볼 수 있다. 라이브 쇼에서 팬들은 BTS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BTS 멤버들의 이름을 나열해 만든 구호를 외친다. 이들이 일제히 외치는 팬 구호는 공연자와 관객 사이에 일종의 대화로 기능한다. 유튜브 댓글에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구호에 동참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