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복판에 작품이 해체되어 있던 이유는?

서울시와 전시관측 예술계 갑질 논란

검토 완료

이향림(hyanglim87)등록 2020.10.19 10:16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마루에 있던 작품 '환생'이 작가와 소속 에이전시 대표와 협의없이 강제로 해체 되고 있다. ⓒ 수피아

  

협의없이 해체되면서 길 한복판에 놓인 작품 '환생' ⓒ 권문정

 
전시관에 있어야 할 작품이 시민들이 걸어다니는 인도 한 복판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서울시 세종대로 덕수궁돌담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사이에 있는 한원석 작가의 첨성대 모양 '환생'이라는 작품이 전시관측 지시로 전시관 위, 아래로 분리되어 있었다. 

한 작가의 소속 에이전시 '플레인컴' 강동훈 대표는 처음부터 작품 전시를 준비하고 전시를 마치는 과정에서 협의중인 상황에 작품이 해체되는것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해체하는 것을 중지 요구를 했으나 묵살당하여 결국에는 경찰을 불러서야 중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품은 70%가 넘게 이미 해체작업이 되고 있었고, 작품은 파손이 되어 분해 되어 있었다.

강 대표는 "21세기 문화의 시대 대한민국 서울의 한 복판에서 일어난 후안무치의 촌극"이라고 일갈하였다. 

작품 '환생'은 2006년 청계천축제때 첫 선을 보이고 하나은행 을지로 본사 앞에 전시이후 순천만정원에서 전시를 거쳐 올해 2020년 1월 3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정식 계약을 하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위 서울마루에서 '천년의 빛으로 희망을 비추다' 라는 부제로 코로나 극복을 희망하는 전시로 선보였다.

강 대표는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작품에 대한 철수 장소와 방법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에 전시를 마친 후에도 이에 대한 협의를 진행중이었고, 작품 해체 사건이 일어난 전날인 10월 12일도 협의를 하면서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앞에서는 안심시키듯 협의를 하더니 결국은 이렇게 뒤통수를 맞게 되었다"고 말을 이었다. 

경찰관의 중재로 같이 만난 전시관측 류운옥 국장에게 작품을 어디로 이동하려고 했는지 물었으나 "그동안 기자님의 연락에 응할 수 없었던건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답변을 하기엔 긴 시간이 필요할것 같아서 (연락을 피했다)"는 엉뚱한 답변만 듣게 되었다. 
   

경찰관의 출동으로 작업 중지를 약속했음에도 해체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경찰관이 재차 출동하게 되었다. ⓒ 수피아

 
사실 이러한 분쟁은 예견된 일인지도 몰랐다. 지난 8월 강동훈 대표는 전시관측과 전시관에 위탁을 맡기는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한 갑질 호소문을 보내왔었고, 전시관측에 취재요청을 수차례 했었으나 류운옥 국장 및 그 어느 누구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분쟁의 시작은 어딘가?

플레인컴의 강동훈 대표는 8월 초 호소문을 보내왔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하 전시관) 그리고 전시관에 위탁을 준 서울시의 갑질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 대표는 전시관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건축가협회와 올해 1월 3일 '미술작품 전시 및 기증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였다. 호소문의 골자는 협약서 내용과 다르게 서울시의 담당 공무원들은 건축가협회에 여러 가지 지시를 하였고, 그 결과 한 작가와 에이전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20톤 무게의 설치미술 '환생'을 전시하면서 정산이 안 되어 정신적, 금전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다. 

2가지로 축소한 호소문 

1. 백지화가 되어버린 애초의 계약서
: 전시관과 협약할 당시 작품 '환생'에 대한 영구 전시를 기반으로 '미술작품 전시 및 기증을 위한 협약서'를 작성, 추가 협의를 통해 조정하였으나 결국 백지화

2. 전시 기간 축소를 지시한 서울시와 전시관
: 6개월 전시를 보장한 계약서와 달리 서울시(도시건축센터 정영래 주무관, 박경선 팀장, 도시공간개선 업무총괄 최원석 과장)와 전시관(2년간 위탁사업을 맡은 건축가협회 류운옥 국장, 박제유 관장)은 기간 축소를 중용

첫 번째로, 애초 협약을 맺을 때 전시관측과 작가쪽은 영구 전시 기증을 기반으로 협약서를 맺었다. 그러나 담당했던 정영래 주무관은 8월 14일 전화 통화에서 현재 작품 '환생'이 서 있는 공간 서울마루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공간으로 영구 설치작품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애초 전시관과 작가 쪽 그리고 서울시 쪽의 생각은 엄연히 달랐던 것이고 협약은 이루어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협약서를 처음부터 보지 않았다면 위탁을 준 당사자로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고, 나중에 봤을때라도 문제제기를 하여 다른 방식으로 협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두 번째로, 협약서에는 6개월 전시가 보장되었지만 서울시는 전시 준비를 진행하고 있던 작가와 에이전시 측에 반해 전시 오픈을 미루며 급기야 전시 기간을 축소하기에 이른다. 급기야 2월 말에 전시관 류운옥 국장은 "재계약 문제가 있어 서울시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다"며 "부득이하게 전시 기간을 2개월로 줄여 달라"고 작가와 에이전시에게 전했다.

한원석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70년간 덕수궁과 성공회 성당을 가렸던 일제건물을 없애고 만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역사적인 장소에 전시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처음부터 영구 전시를 기반으로 협약서를 작성하였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본인의 돈을 더 써가면서 전시를 준비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4월 14일 전시관측은 "기간을 줄이는 대신 협약서에 있는 설치비용을 제외한 보수비용을 충당해주겠다"는 제안을 하였고 작가측에서는 원만히 해결하고자 수락하였다.

그러나 전시관측은 로펌을 통해 작품 설치 이후 한참 뒤인 7월 17일 한 작가에게 협약서와 그동안의 협의는 깡그리 무시한 내용증명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설치비용을 전시관 측과 계약했던 시공사는 이후 발생한 금액을 전시관 측과 서울시로부터 받으려 하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통에 한 작가와 에이전시는 줘야 할 금액을 주지 못한 채무자 신세가 된 것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취재 거부하고, 회피하는 서울시‧전시관 관계자들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듣기 위해 전시관 담당자 류운옥 국장과 박제유 관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해봤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고, 왜 이렇게 연락을 회피하는 걸까?

마찬가지로 서울시 담당 공무원인 정영래 주무관과 박경선 팀장과의 통화를 하기 까지도 굉장히 힘들었다. 도시공간개선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원석 과장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무실로 전화하면 미팅을 갔다고 하고 퇴근시간 이후로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뺑뺑이를 돌린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같았다. 다행히 서울시청 언론과를 통해 취재요청 10일 정도가 흐른 8월 24일 박경선 팀장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맨처음 통화를 할 때 답변을 계속 회피해서 다음 통화를 기약하고 끊었던 정영래 주무관 보다는 솔직한 답변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 답변이 너무 당당하게 솔직해서 놀라웠다. 전시관과 작가에 대한 엄연한 갑질 즉 직권남용과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음을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래는 박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우선 이번 사안에 대해 질문하기에 앞서 왜 이렇게 통화하기가 힘들었던 건지?
일부러 피한 것 맞다. 저희도 양쪽 주장이 계약서상이 아니라 구두로 주장하고 있어서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시관 쪽에 사실 확인을 하는 중이긴 하다. 자꾸 말이 말을 낳아서 말을 안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서울시청)코로나 때매 격리되면서도 계속 이 사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답답한 부분이 있다. 휴가도 가긴 했고. 

Q 전시를 일찍 끝내달라고 전시관 측에 요청한 것이 사실인지?
서울마루 옥상 자체가 오픈 스페이스로 나둬야 하는 공간인데 작품이 너무 크고, 무거웠다. 그걸 처음엔 몰랐다. 구조 검토서가 앵커를 많이 박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다시 하중 검토를 요청. 몇 차례 검토를 받았고, 한원석 작가쪽이 서울시에 불만을 토로했고, 전시관 측에도 얘기를 했다고 전달 받긴 했다. 성공회성당 쪽에서도 불만이 있었고, 위험해 보인다는 민원도 있었고, 건축 전문가들도 인스타, 페이스북에 나쁜 평을 많이 남겨서 작품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지 유도해 봐달라고 전시관측에 요청하긴 했다. 대신 다른 전시관측에서 다른 전시 공간을 알아봐주기로 했고 작가 쪽도 일부 동의하면서 진행했는데 명확하게 뭐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는 말씀 안 드릴게요. 그게 틀어지면서 기존의 일정대로 전시가 가게 됐다.

Q 민원이 들어오면 빨리 전시를 끝내는 지침이 있는지? 
협약에 따르면 그런 관련 조항은 있다. 민원이 들어온다고 강제로 기간 단축을 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지만 협의를 부탁하는 정도로 말은 할 수 있지 않나. 

'환생' 작품에 대한 첫 기사<일방적인 흉물 논란, 이제 그만: http://omn.kr/1o6gt>를 쓰며 두 달 전에 인터뷰 했던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분명 "전시공간을 위탁으로 건축가협회가 운영. 전시기획도 전시관 측에서 제안하였고, 전시에 대한 관여 정도는 그쪽이 계획해 온 것이 하중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구조적인 검토를 받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줘서 중복해서 한 번 더 체크를 했던 것이 있다"며 작품 전시 기획에 대해서는 관여 정도가 거의 없는 것으로 선을 그었다. 

박 팀장의 답변을 듣고도 전시 기간에 대한 단축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전시 오픈은 6월이었다. 그렇다면 민원이든 작품에 대한 여론은 6월부터 들은 것일 텐데 왜 2월부터 전시 기간 단축에 대해 서울시는 전시관에 요청하였던 것인가? 

서울시는 왜 전시 기간 단축을 종용하였나?
   

7만 3천개의 담배 꽁초로 만든 한원석의 초상화 작품 '악의 꽃'이 전시관 천장에서 비가 새서 포장을 해놨다 ⓒ 플레인컴

 

지난 8월 11일 전시관에는 비가 샜다. 전시관측은 비가 새는 반은 두고 반만 전시를 하면 어떻겠냐는 황당한 제안을 작가 측에 내놓았다. 당시에는 '그냥 비가 많이 와서 비가 좀 샜나보다. 그런데 일반 가정집도 아니고 전시관에 비가 새다니 좀 그러네?' 하는 정도로 넘겼다. 강 대표에게 전에 전시관에 비가 새는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강 대표는 "있다"고 답했다. 지난 2월 5일에 정영래 주무관은 구조 검토를 이유로 작품 설치를 중단하였고, 강 대표는 2월 11일 직접 정영래 주무관을 찾아갔다. "당시 정영래 주무관은 나를 설득했다"며 "건축물이 부실공사라 무너질게 걱정이다. 구조검토는 이론적인 것인데 설계와 시공이 달라 우려가 크다. 강 대표님도 다시 생각해 보시라. 전시를 진행했다가 무너지면 큰일 아닌가"라며 "환생 전시를 포기하게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정영래 주무관을 만난 다음날 주무관에게 메일을 보낸 기록이 있다면 당시를 또렷이 회상했다. 

그렇다면 정말 부실공사가 염려되어 전시를 막으려고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전시관 설계를 담당했던 조경찬 건축가 사무실에 연락하여 직원에게 연락을 부탁하고, 직접 연락을 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관련해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왜 이번 취재는 이렇게 힘든 건지.

구두 계약 만연한 미술계, 갑중의 갑은 지자체 공무원?

올해 미디어아트협회를 만든 김창겸 이사장은 "이번 경우는 한원석 작가가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어서 협약서라도 썼지만 보통 작가들은 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고, 구두계약이 빈번하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책임을 작가에게 지우는 현실이 한국의 미술계에 만연한 실정"이라며 "비디오아트 예술가 3세로서 평생을 저도 많이 당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도를 찾다가 결국 최소한의 예술가의 권리를 찾고자 협회를 만들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작가 생활을 하며 큰 갤러리의 관장들이 직급이 높지 않은 공무원들에게 소위 말해 굽신 거리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며 "그때는 왜 그러는지 이유를 잘 몰랐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들의 무소불위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고 한원석 작가는 씁쓸해했다. "기성작가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아마추어 작가들은 지금도 얼마나 많은 갑질을 당하면서 활동을 할지 나라도 소리를 내고 싶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문화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예산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공무원들은 예술작업의 몰이해로 말미암아 예술가가 만든 작품에 대하여 목적성에 맞게 변형을 요구하거나 본인들의 취향이나 입맛을 지나치게 언급하여  작가가 의도한 원래의 작품과는 동떨어진 작업의 결과를 낳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전시관 그리고 작가와 에이전시 측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그들의 행보가 또 앞으로 다른 작가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전시 기간을 단축하게 한 이유가 정말 작품에 대한 민원들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부실공사가 드러날까 염려되어 그런 것인지 밝혀지길 바란다. 

강 대표는 "서울시 감사실에 확인한 바로는 올해 다시 위탁운영업체 선정이 된다고 한다. 건축가협회가 된다면 이는 거대한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적이지도 합법적이지도 않은 어제와 같은 상황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건축가협회가 위탁을 맡는다면 앞으로 제 2, 3의 피해자들은 속출할 것이고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 건축은 퇴보할 것이 자명하다"며 "서울시와 건축가협회의 공식적인 사과와 작품 무단 철거와 손괴에 대한 손해 배상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끝까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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