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연합뉴스
28일 아베 신조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할 뜻을 밝혔다. 사임 이유는 17살 때부터 앓아오던 지병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이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원인불명의 난병으로 일본에는 17만 명의 환자가 있다. 완화기와 악화기를 반복하며 극심한 복통과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미 아베 총리는 2007년 9월 이 궤양성 대장염으로 한번 자진사퇴를 한 바 있다. 이번에도 스트레스로 인해 지병이 악화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13년 전에도 그랬다. 2007년 7월에 열린 제21회 참의원 통상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했고, 그에 따른 '비틀린(ねじれ) 국회' 현상으로 아베 총리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직면해야 했다.
아베 병증의 재발
일본은 양원체제의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중의원이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지만 절차상 중의원에서 참의원으로 올라가 양원이 모두 동의한 형태로 예산안, 법안 등이 통과된다. 그런데 당시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및 야당세력이 전체 242석 중 137석을 차지했다. 참고로 참의원 정족수는 242석으로 121석을 두고 3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르며 임기는 6년이다. 중의원과 달리 내각 총해산에 따른 임기 도중의 선거가 없기 때문에 통상선거라고 부른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중의원에서 통과된 것들이 참의원에 올라가면 누더기가 되어 버린다. 특히 정치적 쟁점이 첨예한 안건은 아예 통과되지 않는다. 물론 참의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시 중의원으로 되돌려져 중의원이 독자적으로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참의원의 실질적 파워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시간이 걸릴뿐더러, 무엇보다 참의원에서의 법안심의 및 질의응답을 할 때 총리가 나서야 한다. 도처에 야당이 포진한 적진에 단기필마로 뛰어들어 하나부터 열까지 온갖 추궁을 당한다. 이 때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로 이어졌다. 당시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총리에게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고 2007년의 아베 총리는 9월 12일 사임발표를 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상황은 2007년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사임 발표 전날인 27일,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는 자신의 파벌 간부들과 긴급회합을 가졌다. 이미 아베 총리의 사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임 후의 정국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이고, 총리가 사임을 표명하면 그날부터 자민당 총재선거가 열릴 때까지는 아소 부총리가 실질적인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다.
임기 도중의 총리 교체이기 때문에 총해산은 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양원총회의 형태로 자민당 총재, 즉 총리대신을 뽑게 될 것이다. 여기서 선출되는 총재는 아베 총리의 잔여임기 동안 총재직을 수행한다. 즉 내년 9월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의 임시 관리직 총재지만 1년 동안 성과를 보인다면 이 정식전당대회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