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인용된 논문이 제시한 도표.
이상철, 한신대학교 한신신학연구소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국 교회는 전쟁을 겪은 대중의 심리적 필요에 부응하고자 현세의 행복을 강조하는 기복 신앙의 모습을 띠는 한편, 반공 논리를 활용해 대북 적대감을 고취시키는 방법으로 신도들의 단결을 유도하며 교세를 확장시켰다.
개신교의 변신
2011년 <신종교연구> 제25집에 실린 양편승 선문대 교수의 논문 '한국전쟁이 신종교 형성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는 "소수의 개신교 사회주의자들이 월북하거나 폭력적으로 제거되거나 공개적으로 전향하면서, 남한의 개신교는 공격적인 반공주의자들의 집결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개신교의 신념 체계가 사탄론과 종말론, 선민의식과 결합되면서, 반공담론 자체가 구원론의 일부로 발전하는 양상이 전개되었다"고 설명한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반공 교리'가 기독교 교리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공 이념에 경도된 개신교의 모습은 이제는 어느 정도는 옛날이야기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 평화의 기운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은 사회의 주요 부분을 구성하는 개신교인들의 상당수가 생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 소개한 2019년 개신교인 인식 조사는 그 같은 기독교의 변모 양상을 반영한다.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단체는 한기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광훈의 한기총은 전체 기독교인의 3%밖에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곳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다.
이처럼 냉전세력의 교계 내 입지가 현저히 위축된 상황에서 전광훈이 광화문광장을 '이승만광장'이라 부르며 거기서 극우·반공의 발언을 내뿜고 기부금도 걷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까지 조장했으니, 기독교인들로서는 거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 이상철 논문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전광훈과 한기총뿐 아니라 여타의 사회 현안과 관련해서도 일반 대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인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논문은 "2019년 한해 뜨거웠던 사회적 이슈들, 예를 들어 사법개혁 문제, 5·18 왜곡 금지법, 검찰개혁 문제 등에 있어 개신교인들은 비개신교인들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국 기독교인들이 과거의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전광훈과 한기총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광훈과 한기총이 보여주는 극우·반공이 1990년대 이전의 극우·반공과 다소 결을 달리한다는 분석이 있다. 1990년대 이전의 기독교 극우·반공이 한반도 냉전과 남한 정치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 이후의 기독교 극우·반공은 약간 다른 이유에 기인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