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CHAU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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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M800과 얼추 비슷한 140mm에 가까운 전체 길이, 손에 쥐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에 부족함 없는 무게, 나사산끼리 맞물리며 정확히 잠기는 캡,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기에 되려 오래 봐도 지루하지 않은 배럴, 로듐 도금 18K 금펜촉, '오닉스(Onyx)'로 포인트를 준 캡탑 장식부... 모두 이 펜을 설명하는 수식어입니다.
만년필 캡과 배럴이 결합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비스콘티 반 고흐(Visconti Van Gogh)처럼 자석이 내장되어 캡을 배럴에 가까이 대면 알아서 달라붙는 '마그네틱 클로저 시스템(Magnetic Closer System)', 스크루 방식보단 덜 돌려도 되고 푸쉬온캡 방식보단 분리될 염려가 덜하도록 장점만을 따온 비스콘티 일 마그니피코(Visconti Il Magnifico)의 '훅 세이프 락 시스템(Hook Safe Lock System)', 파이롯트 데시모(Pilot decimo)처럼 캡 자체를 아예 없애버린 '캡리스(Capless)'도 있지만 보편화된 방식은 아닙니다. 보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방식은 단순히 밀어 꽂으면 결합되는 '슬립온 캡(Slip-on Cap)'과 나사산에 맞춰 돌리면 잠기는 '스크루 캡(Screw Cap)' 타입을 들 수 있습니다.
슬립온 캡 타입은 신속하게 결합과 분리가 가능하단 장점이 있고, 스크루 캡 타입은 정확히 잠겨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전자는 상대적으로 잉크 마름에 대한 우려가 있고, 후자는 캡을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입니다.
현재 만년필 제조사들의 기술력은, 일정 수준에 오른 상태에서 상향 평준화되었다 보는 게 맞습니다. 어떤 방식이 더 좋다 말하기 애매한, 다분히 취향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이 펜은 캡을 몇 바퀴 돌려야 하는 약간의 수고로움은 있지만, 정확히 잠겨 재킷 안주머니에 꽂아도 혹여 분리될 염려가 없는 스크루 캡 방식입니다.
절대적이진 않지만 통상 무거운 펜은 스크루 타입으로 캡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동 중 펜 무게로 인해 혹여 서로 분리되어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겠지요.
만년필 한 자루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펜촉을 보호하는 덮개 형태의 '캡(Cap: 뚜껑)'과, 쓰기 위해 손에 쥐는 부분인 '배럴(Barrel:몸통)'이 그것입니다. 모델에 따라 캡과 배럴을 서로 다른 재질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펜 자체의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얘긴 캡과 배럴 양쪽이 다 묵직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펜의 전체 무게는 약 56.6g입니다.
이른바 고시용 만년필로 잘 알려진 펠리칸의 M200은 대략 14g가량입니다. 피스톤 필러를 채용한 몽블랑 146도 25g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형기에 속하는 펠리칸 M800과 몽블랑 149가 30g 언저리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이 펜이 얼마나 묵직한 건지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