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제방 유실 현장 복구 작업.
경남도청
섬진강 제방이 붕괴하자 국회의원이나 4대강사업 추진 집단 중 일부가 공익은 뒷전으로 하고 상부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조직의 행동대원처럼 앞뒤가 없는 발언을 했다. 이들은 섬진강에도 4대강사업을 확장해야 했는데 반대 때문에 사업을 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제방이 붕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4대강은 4대강사업 덕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완장을 찬 인물이나 할 만한 이런 말을 꾸짖기나 하듯 낙동강의 합천창녕보 직상류에 있는 제방도 붕괴하면서 제내지(하천 제방에 의하여 보호되는 지역)에 있는 농경지와 마을이 침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완장들이 무슨 변명을 할지 참 궁금하다.
제방의 붕괴 원인
제방이 붕괴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는 홍수로 불어난 강물의 압력을 제방이 이겨내지 못해 붕괴한다. 제외지(하천 제방으로 둘러싸인 하천 측 지역을 말한다)의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강물이 제방에 가하는 압력이 커지고, 제방 규모가 이를 버텨낼 수 없는 작은 규모이거나 물리적 결함으로 생긴 틈으로 물이 흐르게 되면, 즉 파이핑(piping)이 발생하면, 침식이 가속하면서 싱크홀이 발생하거나 틈이 커져 제방이 붕괴한다.
그 외 홍수로 물의 흐름이 거세지거나 (특히 수문이 열려 있는) 댐 또는 보의 고정 부분에 막혀 발생하는 와류(물이 소용돌이치면서 흐름)가 홍수로 거세져 제외지 쪽의 제방 사면이 침식되며 제방이 붕괴하기도 한다. 이 때 제방 사면의 하단이 높은 수압에 따른 마찰력 증가로 침식하면 제방 붕괴는 더욱 빠른 속도로, 큰 규모로 일어난다.
치수에 '약과 병' 동시 처방
이러한 침식을 방지하거나 늦추는 일반적인 방법은 제방 폭을 넓히고 제방 사면을 보강·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방의 조직과 질이 다른 조직의 구조물이 가로지르지 않게 해야 하고, 그런 구조물을 설치할 수밖에 없을 경우에는 틈새로 물이 들어가 침식으로 제방이 붕괴할 수 없게 설계해야 한다.
4대강사업은 주된 내용이 대규모 준설로 하상(하천 바닥)을 낮추고 대형 보 건설로 물의 흐름을 저해하는 것이다. 4대강사업이 하상을 낮추는 준설만 했다면 준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가 와도 강물이 불어 넘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다만 더 높아진 수위에 따라 증가하는 수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제방 폭을 보강해야만 제방 붕괴를 막을 수 있다.
4대강사업이 대형 보만 건설하여 흐름을 저해했다면 대형 보 건설 이전보다 홍수 수위가 더욱더 높아져 범람할 위험이 한층 더 커진다. 이 경우 제방을 높이고 폭도 보강해야만 범람도 방지하고 제방 붕괴도 막을 수 있다.
4대강사업의 내용은 이러한 약과 병을 동시에 처방한 것이다. 준설로 하상을 낮추었지만 대형 보로 수위를 높였기 때문에 준설로 하상을 낮춘 약의 효과는 없어져 버렸다. 결국 보 사이 구간의 깊어진 수심과 대형 보 때문에 발생하는 병만 키운 것이 4대강사업이다.
게다가 4대강사업은 준설로 보 구간의 하상 기울기를 낮추었기 때문에 느려진 유속과 더 깊어진 수심에 따른 수압 증가로 하상의 마찰력이 커졌다. 물속 아래쪽의 흐름은 느려지고, 위쪽은 빠르게 흐르면서 홍수의 물머리가 파도처럼 치솟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4대강사업 이전보다 범람하거나 제방이 붕괴할 위험성을 더 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