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에 담긴 안동소주들, 금복주 안동소주, 회곡 안동소주, 진맥 안동소주, 올소 안동소주, 일품 안동소주.
허시명
민속주 안동소주는 멥쌀과 밀누룩을 사용한 45도 단일 제품만을 만든다. 상압 증류하여 밀누룩에서 올라온 농밀한 발효향을 인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 향은 두툼하여 고소한 견과류가 연상되기도 하고, 치즈나 버섯이나 지푸라기에서 풍기는 향을 닮아있기도 하다. 45도 활달한 알코올 기운 속에 옅은 장 냄새가 물안개처럼 흩어져 있다.
명인 안동소주는 멥쌀과 백국을 뿌려서 띄운 입국을 발효제로 쓴다. 3번에 걸쳐 술 담금하여 한껏 발효시킨 뒤에 감암 증류하여 만든다. 농밀하고 향긋한 바닐라향이 돌고, 겨울날 신선한 동치미 국물에서 느껴지는 새콤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45도의 강렬한 알코올향이 술 속에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고 그 밑으로 신맛이 깔려 있다.
로얄 안동소주는 21년 묵힌 숙성 소주를 가지고 있다. 오래 묵혀서인지 45도 알코올 도수임에도 향이 강하지 않아, 코를 대고 그 향을 음미할 만하다. 옅은 바닐라향 뒤로 잔잔한 불내가 따라온다. 한 모금에도 알코올의 강렬함이 입술에 소금을 뿌린 듯 날카로운데, 목넘김을 하고 나면 그 독함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순하고 부드럽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술맛의 속도감이 마치 전용도로를 질주하는 경주용 자동차처럼 안정감이 있다.
안동소주 일품은 17도, 21도, 40도 세 종류가 한 상자에 담겨 있다. 17도는 싱거운 물맛이 느껴지면서 쓰지 않고 부드럽고, 21도는 쓴맛이 느껴지고 불내도 나는데 17도보다는 훨씬 더 다부지고, 41도는 바닐라향이 올라오면서 알코올의 쓴맛과 함께 얇게 짠맛까지 느껴져서 21도보다는 훨씬 더 풍부하다. 세 종류의 술이 입안에서 느껴지는 밀도는 다르지만 저마다 균형감 있는 맛을 유지하고 있다.
명품 안동소주는 45도와 16.8도를 맛보았다. 45도에서는 구운 토스트 향이 올라오면서 알코올의 독한 기운이 있지만 여운은 길지 않아 단정하면서 절제된 맛을 지니고 있다. 초록색 투명 소주병에 담긴 16.8도는 외형이나 술맛이 대중적인 희석식 소주를 닮았다. 쌀 증류 원액과 주정이 합해지고 감미료가 들어있어서, 감미료의 강한 단맛이 싱거워진 알코올 향을 안개처럼 덮고 있다.
회곡 안동소주는 다양한 제품군이 있는데 그중에서 42도를 맛보았다. 쌀, 입국, 누룩, 효모가 들어가서 빚은 발효 원주를 감압 증류하여 만든다. 달달한 향이 올라오고 화장수에서 풍기는 향기와 바닐라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거칠고 강한 알코올 맛이 단맛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향과 맛이 억센 편이라서 입안에서 머무는 맛의 여운도 길다.
안동소주 올소는 20도와 35도를 생산하고 있다. 찹쌀을 주재료로 사용했고 밀이 들어간 발효제와 효모를 사용하여 감압 증류했다. 오크통에 숙성시켜서 황금빛 참나무색이 도는데, 20도와 35도의 색깔과 밀도가 정확하게 20대 35의 비율만큼 차이난다. 찹쌀의 담백한 맛 위로 오크 향과 맛이 안정감 있게 얹혀 있다. 단맛이 있고 뒷맛이 깔끔한데, 여운은 길지 않다.
안동 진맥소주는 직접 농사 지은 밀과 밀누룩으로 만들었다. 다른 7개의 안동소주가 쌀로 만들었기에, 진맥소주에서는 쌀에서 느낄 수 없었던 밀 특유의 곡물향이 따라온다. 상압 증류하여 발효 원주의 향을 한껏 살렸고, 그 향이 안동 쌀 소주들보다는 더 두텁게 올라온다. 구운 토스트 향이 올라오고 구수한 곡물향이 머물러 있어서 독한 40도의 알코올 기운과 잘 어우러져 균형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술맛들도, 세상사처럼 달라질 것이다. 달라질 술맛을 붙들어두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 이 술들을 나란히 늘어놓고 맛볼 순간을 위해서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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