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면 서울이 천박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뿐 ...

기자는 기사에 컨텍스트를 충분히 입혀야 한다

검토 완료

여상욱(awoogi27)등록 2020.07.27 10:34
"서울 한강을 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무슨 아파트는 한 평에 얼마'라는 설명을 쭉 해야 한다. 갔다가 올 적에도 아파트 설명밖에 없다"​
"센강 같은 곳을 가면 노트르담 성당 등 역사 유적이 쭉 있고 그게 큰 관광 유람이고, 그것을 들으면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며 "우리는 한강변에 아파트만 들어서가지고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

며칠 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관련 토크쇼에서 발언한 내용 중 일부라고 한다. 몇몇 언론사 기자가 이를 기사로 인용하였고, 이를 발원지로 하여 하루 아침에 '서울은 천박한 도시'가 되어 버렸다. SNS는 먹잇감을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채었고, 유투브를 중심으로 저잣거리가 만들어져 물빠지라고 내놓은 보리밥 소쿠리에 정치꾼들이 쥐달려들 듯이 하여 핥아먹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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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견으로는 뉴스 속 사실을 이렇게 보고 싶다.
"한강 유람선에 고객이 타면 양쪽 강변으로 아파트만 즐비하게 보이고, 고객 관심사를 잘 읽고 있는 관광 가이드는 평수나 단가로 그 아파트 평가하느라 시간이 모자란다. 이렇다면 도시가 얼마나 천박해지겠는가?" 뭐 이런 취지의 발언인 듯하다. 일부러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말했을 여지는 매우 낮아 보인다. 한강 유람 중에 아파트가 많이 보이고 관광객도 가이드도 아파트 가격에만 관심을 갖는데 이러면 안 된다는 뜻의 발언으로 들린다. 오히려 천박한 도시가 될 걸 경계하여 프랑스 세느 강변까지 비유하는 절실함을 보이지 않았는가. 역사 유적이 즐비한 동네를 닮은 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고 토크 발언자의 속내를 은근히 드러내주는 기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발언자는 수도를 이전하여 아파트 공화국의 누명을 벗고 세느강변 문화를 낳은 프랑스 도시 이상의 문화 수도 건설 계획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팩트만 보도하는게 기자의 도리지만 독자들이 기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토론장의 분위기를 살짝 스케치하여 얹어 주었더라면 동가홍상이었을 것이다. 이슈이고 민감한 뉴스일수록 독자가 오해하거나 정치적 해석을 입맛대로 할 수 없도록 발언 내용에 현장 분위기와 발언자의 표정과 행동거지를 가감없이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민중의 목탁' 사명을 실천하는 기자는 마땅히 뉴스 소비자들이 기사를 사실대로 받아 먹을 수 있도록 소화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 팩트의 문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발언의 앞뒤를 잘라서 민감한 부분이 정치적 수사로 인용되도록 내버려두어 세상의 잡새들이 막무가내로 지껄이도록 만든 데 대한 책임은 제일 먼저 언론에 있다.
덧붙이는 글 sns에 올린 글 그대로입니다. 혹시 읽을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보냅니다. 혹시 채택하신다면 기사 품격을 고려하여 막말성 어휘는 적당히 고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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