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진원지로 떠오른 플로리다 주의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13일(현지시간) 마이애미의 잭슨 메로리얼 병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역사회와 그 가족들을 돕고 싶습니다. 단, 우리는 안전하게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플로리다 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달부터 플로리다 주에 있는 모든 학교를 열라는 주지사의 비상 명령에 교사 노조가 이의를 제기한 것. 소송을 낸 교사들은 전염병으로 안전하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개교를 명령하는 것은 플로리다 주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사들의 건강을 넘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서 학교 개교 명령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9일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 내 모든 학교의 개교를 명령했다. 오는 8월부터 학교를 열고 주당 최소 5일간 대면 수업을 하라는 내용이다. 교육의 질과 학생 및 그 가족들의 복지, 플로리다 주의 경제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
"당신이 월마트를 가고 홈디포를 간다면 학교도 당연히 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학교도 슈퍼마켓이나 공구점 같은 필수 업종이기에 대면 수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그 '월마트' 상속인으로 장관 지명 때부터 교육 관련 경험과 철학의 문제가 지적되어 온 트럼프 행정부의 베치 디보스 교육부 장관도 강력한 학교 재개를 명령한다.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때 위험해진다는 어떤 데이터도 없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은 지역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플로리다 교사협회는 주정부의 조치가 무모하고 비양심적이라고 했다. 또 누구보다 플로리다 주의 전염병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분노했다.
7월 말 현재 플로리다는 코로나 전염병의 새로운 진원지(Epicenter)가 되고 있다. 중국 우환 같은 지역에 붙이던 명칭이다. 7월 22일 플로리다의 확진자 수는 38만 9440명. 백만 명당 1만 9406명으로 미국 전체 평균을 높이고 있다. 7월 13일엔 하루 확진자가 1만 2624명에 달해 뉴욕이 가지고 있던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건 플로리다의 확진자 비율이다. 11.2%로 뉴욕 2%와 현저히 비교되는 수치다. 존스홉킨스 대학팀은 플로리다의 높은 확진율은 심각한 증상자들만 검사하고 지역 사회 전염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폭증한 환자에 플로리다 중환자실의 병상 점유율은 75%가 넘어 한계 상황에 다가가고 있다.
플로리다가 미국 코로나 전염병의 새로운 진원지가 된 데는 주지사의 무능을 빼놓을 수 없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5월 4일 끝난 재택(Stay at Home) 명령을 연장하지 않았다. 6월 초부터는 술집과 유흥업소를 재개장했고, 마스크 착용도 미적거렸다. 4월부터 공개석상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뉴욕과 비교해 플로리다는 6월 22일에나 착용 권고가 시작됐다.
5명 중 1명이 65세라는 인구 비율과 주민의 45%가 사망률 높은 흑인과 라틴계라는 인구 구성, 여기에 의료보험이 없는 인구가 13%나 된다는 사실이 플로리다를 코로나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의료비 절감을 위해 65세 노인들에게 적용되는 메디케이드(Medicaid)를 확장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코로나가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플로리다에서 학교까지 열었을 때 벌어질 헬게이트는 누가 봐도 명약관화하다. 그 최전선에 서야하는 플로리다의 교사들은 지금 그 지옥문을 잡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학교를 열어라, 트럼프의 재선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