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센 화가 파울 카를 라이게베(Paul Carl Leygebe)가 그린 작품 '프리드리히 1세의 흡연클럽(Tabakskollegium of Frederick I)'. 당시 베를린에서 흑인들이 노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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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사학자 울리히 판 데어 헤이덴는 다른 주장을 펼친다. 그는 2014년 7월 <노이에스 도이칠란드(Neues Deutschland)> 기고문을 통해서 당시 아프리카에서 '초청된' 흑인 사절단이 베를린에 머물며 체류지와 왕궁 사이를 걸어다녔던 길이라고 주장했다.
흑인 노예가 아닌 흑인 사절단의 방문을 기념하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긍정적으로 포장하든 맥락은 바뀌지 않는다. 이 이름은 식민주의의 결과다.
청산된 나치의 이름
청산되지 못한 제국주의의 이름
독일의 거리 이름에는 그곳의 역사가 담긴다.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 살았거나, 지나갔거나 혹은 거리가 향하는 목적지의 이름을 딴다. 나치 독일에서 '아돌프 히틀러 거리'는 기록된 것만 170여 개에 이른다. 히틀러 광장에서 히틀러 다리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다.
2020년, 독일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는 없다. 역사 청산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흑인 거리'는 지금도 그대로다.
베를린에서는 1990년대부터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개명 논의가 있어왔다.
독일 흑인 이니셔티브(ISD)는 2016년 성명서를 통해서 "독일의 역사책이 말하지 않는 것으로 17세기 말 독일은 식민지를 통해 인류 역사에 큰 범죄를 저질렀으며, 짧은 기간 동안 2만 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아이, 여성, 남성들을 강제로 끌고와 노예로 팔았다"면서 "자유롭지 못했던 아프리카인들과 그 후손들은 모렌슈트라쎄가 그 당시 흑인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모렌슈트라쎄를 'M-거리'라고 부른다. 흑인 비하 용어 '니거(Nigger)'를 금기시하며 'N-Word(엔 워드)'로 부르듯이 '모렌'도 그에 준하는 비하 단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아프리카계 독일 철학자였던 '안톤 빌헬름 아모'나 '넬슨 만델라' 거리로 개명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