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축장 퇴니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 동유럽 노동자들이다.
Tonnies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퇴니스는 "간접고용을 없애고 모든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초기 도축장 집단감염 당시 이미 논의된 사항으로 연방정부도 간접고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언제 시행될지는 알 수 없다.
인종주의 문제로 확대
퇴니스 집단감염 사태는 인종주의 문제로까지 번졌다.
먼저 아르민 라쉐트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총리. 그는 지난 6월 17일 관련 사안을 발표하면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독일의 싼 고기를 위해 노동을 갈아넣는 이들을 바이러스 전파의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실시간 방송 중인 공식 발표 자리에서다.
각계각층에서 강한 비판이 일었다. 독일 외무장관도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라쉐트 주총리는 유럽 내 노동자들의 이동을 언급한 것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거기다 퇴니스 대표인 클레멘스 퇴니스는 경악스러운 인종차별 발언으로 분노를 유발한 바 있는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분데스리가 축구팀 FC샬케04의 감사위원장으로 지역 유지 노릇까지 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한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기후보호를 위해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아프리카에 매년 발전소 20개를 세우는 게 낫다. 그럼 아프리카인들이 더 이상 나무를 베지 않을 것이고, 깜깜할 때 아이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후 그는 3개월 정직 조치를 받았지만 독일축구협회는 최종적으로 '그가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판단, 그는 여전히 직을 유지하고 있다.
퇴니스 집단감염 사태는 이러한 인종주의 발언까지 더해져 일파만파 퍼지는 중이다. 특히 FC샬케04 팬들은 퇴니스 대표의 감사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동물복지 딱지뿐 아니라 노동 환경 딱지도 붙여야
그간 동물 사육 환경과 행복에 큰 관심을 두던 독일은 이번 사태로 꽤나 충격을 받은 듯하다. 동물뿐만 아니라 노동하는 인간들도 비용절감의 혹독함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1971년 설립된 퇴니스는 '최저가' 고기를 통해 독일 최대 육류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하루에 돼지 3만 마리를 분해하고, 독일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의 30%를 생산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전 세계 30여개 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70억 유로(9조 4611원), 퇴니스 회장의 재산은 20억 유로(2조 7031억)다. 그리고 이 거대한 '고기 제국'을 떠받치는 것은 값싼 외국인 노동자였다.
일터와 숙소를 오가며 종속 상태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독일 역사에서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독일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도축장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