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돈이 넘친다는데, 내 주머니에는 왜 돈이 없는 걸까.

이는 내가 잘 못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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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득환(iperri11)등록 2020.06.26 17:56
시중에 돈이 넘친다는데, 내 주머니에는 왜 돈이 없는 걸까.
이는 내가 잘 못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2020.6.24. SK바이오팜이라는 주식회사가 공모주 청약을 마감했습니다. 이 공모주 청약증거금으로 무려 31조원이 몰려 공모주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공모주 청약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경쟁률이 323.02대 1입니다. 한국투자증권 경쟁률은 무려 351.09대1이 이르러, 1억 원을 증거금으로 넣어도 겨우 5주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SK바이오팜 공모주(주당 48,000원) 청약에 많은 돈이 몰린 이유는 그만큼 이 회사의 성장성이 좋다는 뜻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코로나19사태로 한국은행이 취한 일단의 대응 조치 곧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유동성확장 정책의 실현으로 늘러난 시중의 유동성 때문일 것입니다.

2020.5. 현재 0%대의 금리와 수시입출금 잔액이 5월 기준 29조9000억 원이나 증가한 것입니다. 2018년의 경우 동월 기준 2000억 원, 2019년 동월 기준 3000억 원이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149배 내지 99배나 증가해 폭증했습니다. 연초에 비해 수시입출금 예금이 74조7000억 원이나 늘어났고, 지난 4월 말 기준 투자처를 찾지 모한 부동자금의 규모가 1,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시중의 자금 사정이 이러한 데도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이처럼 넘치는 시중의 유동성이 향하는 곳이 증시 말고 또 다른 곳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 시장 곧 주택시장입니다.
 
우리국민에게 부동산시장 곧 주택시장은 가장 강력한 투자처이고, 투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시장임입니다. 나 같아도 당장 돈만 있다면, 증시나 주택시장과 같은 자산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주머니에는 돈이 없다는 점입니다. 내 주머니에 돈이 없다보니까 시중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나는 돈을 차입할 수도 없습니다. 은행 등 시중의 금융기관은 본래 돈을 빌려주는 곳이지만, 주머니에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돈을 아예 빌려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혹 소액을 빌려준다고 하여도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합니다.
 
아무튼 시중에 돈이 넘치는데, 내 주머니에는 왜 돈이 없을까. 이런 사실은 내가 바로 단순 노동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자산소득이 전혀 없는 나는 단순 급여소득자의 지위에 내가 서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나의 삶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정녕, 내가 잘 못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내 아내는 내게 말합니다, "당신의 삶은 분명 잘 못됐다."고. 왜냐고 물었더니, "당신 때문에 아들과 딸이 장가와 시집도 가지 못한 채, 홀로 늙어 가고 있다." 말합니다. 정녕 아들과 딸이 혼인을 하지 못하고 늙어 가는 것이 내 탓일까요. 나는 내게 자문을 합니다. 그리고 자책합니다.
 
"노동자여서 돈 없는 삶을 날아야 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불행한 존재인가. 아니면 행복한 존재인가. 돈과 행복은 상호작용을 하는가."
 
이 물음에 나는 스스로 행복해지고자 이렇게 답합니다.
 
"너는 돈 없이 살아가야 하는 노동자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게 너에게 덧씌워진 숙명이다. 숙명을 거부하지 마라. 돈과 행복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너의 주머니에 돈이 없다고 하여 네가 잘 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니 자책하지 마라."
 
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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