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저서 '기적의 콩'에 사인하는 함정희그는 54살에 야간대학에 들어가 식품학을 공부했다.
민병래
콩은 우리나라와 만주일대가 원산지로 철기시대부터 재배됐다고 한다. 두만강(豆滿江)이라는 이름도 콩이 가득 찼다, 콩을 가득 실은 배가 온 강을 뒤덮었다는 뜻이다. <삼국사기>에는 그 시절 메주가 혼수품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콩의 종자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3000종, 중국은 6000종을 발굴 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보다는 전남대 정규화 교수가 일생 동안 우리나라 산하의 콩종자를 찾아다니며 현재 7000종을 발굴 보존하고 있다. 함정희는 정규화 교수와도 손을 잡았다. 국산콩식품이 잘되려면 재배콩이 좋아야 하고 재배콩은 그 뿌리인 야생콩종자가 버텨줘야 하기 때문이다.
함정희는 2001년에 돌아갈 길을 끊어버렸다. 그의 말대로 수십억 이상을 '국산콩 독립'을 위해 쏟아부었고 남편을 포함 여섯 가족의 애환을 여기에 쏟아부었다. 콩은 자기희생을 통해 된장, 간장, 청국장같은 새로운 먹거리로 탄생한다. 이런 장류나 콩나물을 먹는 민족은 우리가 유일하다. 그러니 콩과 장류는 우리 역사와 함께 걸어온 셈이다.
함정희가 원하는 것은 '성공한 여류기업가'나 '독립군'이라는 칭호, 대통령 표창이 아니다. 콩을 뭉근하게 끓여내는 정성, 메주를 띄우면서 기다리는 마음, 거기에 바람을 포개어 넣고 햇빛 줄기를 담아낼 줄 알았던 지혜, 그것을 우리네 삶 속에서 되살리는게 그의 진정한 바람이다.
<못다 한 이야기>
1. 식품음료신문 2005년 4월 25일자에 따르면 당시 국내콩 수요량은 총 171만 톤이고 자급률은 8%인 13만 톤 내외다. 그 외에는 다 NonGMO와 GMO 수입콩이다. 현재 수입 GMO콩은 주로 콩기름에 쓰이고 나머지 식품에는 사용하지 않게 되어 있다. 수입 NonGMO 콩은 식용유 이외 장류, 두부 등 식품에 사용된다.
2001년도 이전에는 GMO식품의 분류, 관리,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나 분류가 미흡해서 2001년 함정희 공장에서는 NonGMO수입콩과 GMO수입콩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현재 초록마을은 대상그룹의 계열사가 되었고 함씨네식품과는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3.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사 ㈜하세에서 윤학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함씨네 식품' 함정희 대표의 토종콩 분투기를 영화로 제작 중이다. 2021년 칸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4. 2018년 11월 22일 서울시 마포구 신촌 케이터틀에서 함씨네토종콩식품 함정희 대표가 대한민국 노벨재단으로부터 노벨생리의학상 대한민국 후보로 인증되어 인증패를 전달받은 바 있다.
5. 아쉽게 지금은 휴업 중이지만 함정희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콩음식전문점 함씨네 밥상을 3년간 운영했다. 앞으로는 우리 토종인 '앉은뱅이 밀'과 '국산유기농콩'으로 '콩국수음식점'을 선보여 우리밀도 지켜내고 건강한 먹거리를 보급하고자 한다.
이 앉은뱅이 밀은 이름대로 키가 50~80cm밖에 안되지만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하다. 이를 미국의 농학자 노먼 블로그가 '소노라64'로 개량, 멕시코에 보급했다. 이 종자로 멕시코는 밀수입국에서 밀수출국이 되었고 노먼 블로그는 식량증산과 녹색혁명을 이끈 공로로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앉은뱅이밀이 정작 우리나라에선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60년대에 값싼 밀이 들어오고 1982년 밀 수입자유화, 1984년에는 정부가 밀수매를 중단하면서 우리 밀은 거의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런데 진주에서 백관실이 금곡정미소를 하면서 우리 고유 종자 '앉은뱅이밀'을 보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함씨네 밥상은 비록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우리밀'과 '국산콩'을 결합한 '콩국수음식점'은 꼭 성공을 해내겠다는 마음을 벼리고 있다.
6. 안학수 교수와 함께 함정희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 분으로 이경해 열사가 있다. 그는 전라북도 장수군 출신으로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WTO 반대집회를 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운동가다. 함정희는 국산콩 독립선언을 한 이래 농민운동가 이경해의 묘소를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기일이면 참배를 한다. 이경해의 삶이 의미있게 다가와서다. 이전에는 존재조차 몰랐지만 콩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고 힘주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