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브루어리 매장 안의 모습.
막걸리학교
브루어리 홍보 홈페이지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없다고 했다. 창업하고 2년이 되었지만 홍보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떻게 술을 만들면서 자랑하지 않은 배짱은 무엇이란 말인가?
홍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내 술을 만들고서 홍보하고 싶었다고 했다. 내 술이란, 내가 추출한 효모, 강릉 지방의 특성이 반영된 천연 효모를 사용하는 것을 뜻했다. 지금껏 바빠서 효모까지 챙기지 못했는데 이제는 효모를 분리하여 술을 빚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좀 홍보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역 양조장들이 지역 야생효모를 사용하면, 똑같은 제조법이라 하더라도 다른 맛과 향을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독일맥주 회사는 10%가, 미국 맥주회사는 2%가 효모를 직접 분리 배양하여 술을 빚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미국 수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통주는 효모를 어떻게 쓰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아야 했다. 효모를 분리해서 사용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눈앞을 스쳐갔기 때문이다. 양조장들이 차별화를 위해서는 누룩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누룩을 직접 만드는 회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지역 균주는 제쳐두더라도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저렴한 수입 농산물을 당연하게 사용하는 곳도 많다.
강릉 브루어리에 앉아 메뉴판에 있는 술들을 한 잔씩 맛보았다. 술맛들이 싱겁거나 흐트러지지 않고, 개성있게 잘 뭉쳐 있었다. 한 잔 한 잔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만드는 사람이 스스로 검열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아슬아슬한 맛을 지키고 있었다.
직원 하나를 두고 자신이 직접 감당하고 있으니 그 힘은 또 어디서 나올까 신기했다. 주방과 홀을 분주하게 오가는 그를 바라보며 이상주의자이거나 마르지 않은 금고가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거라는 상상을 했다. 잠시 후 돌아온 그는 잔잔한 목소리로 "감미료를 사용하면 술맛이 비슷해져 버리기 때문에, 우리 술들도 감미료만이라도 벗어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강릉 사람들은 뒤에 대관령을 등지고 앞으로 넓은 바다를 내다보고 사니, 자부심이 크다고들 말한다. 강릉 여자들이 생활력이 강하고, 강릉 사람들이 넉넉하고 통 크게 세상을 보는 눈이 있는 줄 알건만, 강릉 사람도 아닌 김상현 대표가 강릉에 살더니 세상을 통 크게 바라보는 법을 배운 게 아닐까? 내 짐작이 맞는지 틀린지, 다음에 강릉에 오면 그에게 꼭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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