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폭염주의보 발효... 쪽방촌 여름나기 '비상'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며 취약계층인 쪽방촌 거주자들은 코로나19에 무더위라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서울특별시립 돈의동쪽방상담소 관계자는 "비교적 덥지 않은 6, 9월은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한시적으로 무더위쉼터를 운영하며 7, 8월은 24시간 문을 열어놓는다"고 밝히면서도 "문제는 코로나19로 쉼터 운영이 축소돼 작년보다 절반 정도의 인원밖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폭염 대책을 무더위쉼터에서만 찾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정부가 다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거주자의 방 모습.
연합뉴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제도를 살펴보자. 2020년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생계급여로 52만 7158원을 받는다. 이 돈을 다 주는 게 아니다.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생계급여는 삭감된다. 만약 일용직 알바로 10만 원의 수익을 얻으면, 근로소득 공제 30%를 제외하고 7만 원의 소득을 벌었다고 계산한다. 이때 생계급여도 7만 원 삭감된다.
4인 가구라면 142만 4752원을 생계급여로 받는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 일자리에서 취직이라도 하면,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16만 원 정도다. 근로를 해서 얻은 월 최저임금 179만 5310원에서 공제액 30% 53만 8593원을 빼면, 125만 6717원을 벌었다고 계산되고 그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이다. 함정은,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초생활수급권 자체가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근로능력평가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 일반질환은 2개월, 정신질환은 3개월의 진료기록지를 받아서 주민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를 국민연금공단이 판정해서 통보한다. 서류상 근로능력이 없다는 확실한 점수를 받으면 끝이지만, 근로능력이 있다고 의심되는 애매한 점수를 받으면,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직접 집으로 찾아온다. 신청자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키거나, 정말 일을 할 수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국민들은 자신이 얼마나 불쌍하고 능력이 없는지를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목돈을 모으려고 저축을 하다가 500만 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월 6.26%를 곱해서 월 소득으로 환산해 버린다. 장사라도 하려고 차라도 사면 보험금의 100%를 곱해서 월 소득으로 환산한다. 집이 있다면 더 복잡해진다. 집가격 1억 2천만 원 이하(대도시 기준)까지는 6900만 원을 뺀 다음 1.04를 곱해서 월소득으로 환산하고, 1억 2천만 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4.17%를 곱해 월 소득으로 환산한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자산을 모으면, 지원금을 줄이거나, 기초생활수급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다.
소득과 자산만 없다고 선별적 복지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부양의무자가 있으면(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탈락이다. 2011년 60대 남성이 30년 전 부인과 이혼해 연락을 끊은 자식이 연봉 2천짜리 직장을 구하자 수급중단 통보를 받고 자살했다. 2014년에는 송파 세모녀, 2019년에는 서울 중랑구 모녀, 강서구의 가족살해 및 자살, 성북구 네모녀 죽음 등 셀 수 없이 많은 죽음들이 있었다. 2018년에만 생활고로 3390명이 자살했다.
소득도 자산도 가족도 근로능력이 없어도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 마지막 관문 신청이 남았다. 생계급여를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는 9종류다. 지금 바로 '복지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360여 가지의 선별적 복지가 안내되어 있다. 이중에서 내가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찾는 것부터가 일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모든 국민에게 선별절차 없이 진행한 재난지원금의 경우 99%의 신청률을 기록했지만, 각종 서류들과 심사가 필요했던 대구시, 전주시,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지금 진행하고 있는 특고생활비 지원은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고 있다. 대구의 경우 정작 시민들은 수령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는데, 정보를 잘 아는 공무원들과 공기업 직원들이 긴급재난비를 수령하는 비리까지 터졌다. 애꿎은 현장 공무원들은 어려운 용어의 서류를 떼오라고 했다가 민원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고, 여러 공공기관을 전전하며 서류를 떼는 시민들은 짜증과 피곤함에 화가 나 있다. 스캐너, 프린트, 팩스, 인터넷에 접근하기 힘든 국민들은 어렵고 복잡하다며 신청자체를 포기한다.
KBS 보도에 따르면 특고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지원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타기 위해서는 노무 미제공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는 특고노동자들은 이 듣도 보도 못한 확인서를 발급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회사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발급을 거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25% 소득이 감소한 사람을 지원한다는데, 24%는 왜 안되는지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 근거도 없다. 3개월 동안 30일 이상, 매달 5일 이상 무급휴직하면 받을 수 있는데, 29일을 무급휴직하면 받을 수 없다.
서울시 특고지원금에 필요한 서류는 무려 10가지다.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중위소득 100% 이하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2월 23일 이후 20일 이상 일을 하지 못했거나, 올해 3~4월 평균수입이 1~2월 또는 전년도 월평균 소득과 비교해 30% 이상 감소해야 한다. 이렇게 신청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은 월 50만 원이다.
문제는 복지가 필요한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