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주를 빚기 시작한 마포 역전회관의 공간이다.
막걸리학교
내가 사는 마포구만 하더라도 양조장이 제법 여러 개 생겨났다. 마포역 가까이에 창업 100년을 향해 가고 있는,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역전회관이 1층에 중요한 좌석을 헐어 양조 공간을 만들었다. 가마솥에 찜기를 넣고 화학 실험실처럼 알코올 도수를 재는 장비를 마련하고 안주인과 딸이 직접 역전주를 빚어서 음식과 궁합을 맞추고 있다.
역전회관에서 조금 걸어나와 길 하나를 건너면 미스터리 브루잉 맥주 제조장이 있다. 15층 건물의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웅장한 스테인리스 발효통이 보인다. 맥주를 좋아하여 맥주 동아리 활동을 하고 맥주 강의를 하고 이태원에서 맥주펍까지 운영하던 미스터리 이인호씨가 운영하는 양조장이다.
연남동과 홍대 앞에 느린마을 양조장이 생겨 술과 음식을 팔고 있고, 이대 앞쪽 대흥동에 동네방네 프랜차이즈 양조장이 생겨 공덕동 막걸리를 빚어 배달하고 있다. 광흥창역 쪽으로 가면 구름아 양조장이 최근에 문을 열고, 인터넷으로 예약 판매를 하여 술을 완판시켰다. 신촌 로터리 근처에 있는 서울 효모방은 의사 셋이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사로 양조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쯤 되면 서울에서 양조업을 한다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직접 양조장을 꾸려서 술을 빚고, 소비자를 찾는 이들이 서울에 많이 생겼다. 그래서 서울에 양조장이 몇 개나 있는지 헤아려보았다.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양조장이 58군데나 되니 제법 많다. 창업했다가 휴폐업을 한 양조장도 20군데가 넘는다.
새천년을 맞이했던 2000년도만 해도 서울에 있던 양조장은 장수막걸리를 빚던 서울탁주합동 1개 회사에 소속된 강동, 구로, 영등포, 서부, 도봉, 태릉 연합제조장 6개가 전부였다.
그러니 서울의 양조 문화랄 게 없었다.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긴 했지만, 연줄에 매달린 연이나 다름없었다. 서울탁주합동제조장은 강남이 분화하기 전인 1962년에 51개 양조장이 국세청의 지시로 통합되어 생겨났고, 그때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대부분 강북에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