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과 창조경제의 추억

미래통합당에게 보내는 조언

검토 완료

남시훈(twentydiary)등록 2020.06.03 14:52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이후 경제 정책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미래통합당이 경제는 더 잘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래통합당이 제시한 경제정책들은 작은 정부, 규제완화 등 시장중심논리에 묶여 있거나, 구체적이지 못했으며, 비전이 설득력이 없었다. 하지만 과거로 되돌아가 미래통합당계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그들의 정책비전은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최소한 겉포장은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중요한 정책 슬로건은 저탄소 녹색성장이었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늦춰야 할 필요성은 10년 전에 비해 현재 그 설득력이 더 높아졌다. 비록 현재 근시일 안에 국제협력은 요원해 보이지만, 기후변화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재해들은 늘어나고 있기에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논의는 언제든지 복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별 국가들의 탄소 배출 감축이 의무화될 수 있기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하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노력도 대다수 국민들이 환영하는 내용들이다.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업적은 4대강 사업에 있다. 4대강 사업은 환경파괴와 유지보수를 위한 막대한 추가적 예산지출 등 문제점도 많다. 하지만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일어나던 시기에 국가 단위의 대규모 사업을 통해 정부지출을 늘린 것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현재 경제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온 지금 정부 주도의 재정지출은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방향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가 핵심이었다.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토대로 한 경제성장의 동력 확보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이 풍부한 한국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내용이었고 근래 경영학 및 경제학에서 활발하게 연구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창조경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따라오는 규제완화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온국민의 혁신 아이디어 및 스타트업 육성과 조합하여 긍정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단어였다.
 
다만 이는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잘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창의성이 중요한 요소임은 변하지 않았다. 여러 연구에서 창의성의 열쇠로 지목된 개인주의, 위험에 대한 수용, 연공서열 타파 등 사회문화적 개선 노력은 박근혜 정권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부분이 권위주의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 직무급제 도입 등으로 보완된다면 창의성 육성을 통한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들은 지금 현실 경제에도 설득력이 있는 요소들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일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표에 종속되어, 반대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대안을 추진하는 힘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1년도 안되어서 뒤집혔고, 복지 포퓰리즘을 하지 말자고 하더니 민주당보다 먼저 대규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총선 카드로 꺼냈다.
 
그런 미래통합당이 이제 와서 기본소득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은 잘못되었다. 상시 기본소득은 일시적 재난지원금과는 다르다. 기본소득은 경기부양 효과도 복지확충 효과도 크지 않은 것에 비해 정부 재정부담은 높다. 전세계에서 실시된 국가도 거의 없어 실증분석도 충분히 되지 않았다. 그저 호사가들과 선동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주제를 제일 먼저 덥석 물고 가겠다는 것은 유행에 편승하고 한탕주의로 반전을 마련해 보겠다는 얕은 술수에 불과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은 녹색성장 창조경제 이야기해도 된다. 실질적으로는 그게 더 중요한 정책메시지를 만들기 쉽다. 구속된 대통령들의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괜찮다. 적어도 재판 진행중인 범죄자 대통령들을 사면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보다는 범죄자 대통령들의 정책의 좋은 점을 가져오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이다.
 
미래통합당에 조언을 한다면, 차분하게 지난 15년을 복기하고, 반대만 하는 정당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대를 하면서 현 정부의 발목을 잡으면서 강한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의 정국 운영에 협조하고, 그러면서 여러 다양한 법안들을 체계적으로 심사하면서 디테일에 강한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반대할 것이 생기면 반대를 하되 여당과 협의하여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 나가고, 동시에 그렇게 실력을 쌓아 새로운 정책 슬로건을 차차 찾아내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대선까지 2년이 남았고 총선까지 4년이 남았다. 지금부터 불안해하지 말고 서서히 노력하면 된다.
 
이낙연 전 총리가 유력한 다음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고 3년 전에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낙연 의원은 총리로서 자기의 일을 묵묵히 잘 수행하면서 꾸준히 신뢰감과 안정성이라는, 다른 누구도 얻지 못한 비전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이미 각종 부정적 이미지가 들러붙은 미래통합당에게도 제일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실력과 최소한의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 최신 유행을 좇으면서 한방에 역전하기를 바라는 꼼수는 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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