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에 설치된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검사 센터. 알마티 주재 한국 보건산업진흥원 지사는 한국 해외의료사업 전문기업 '메디컬파트너즈코리아'(MPK)가 현지 보건부로부터 국가지정 코로나19 전문 검사기관으로 선정돼 대규모 검사를 시행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00년이 지난 후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실시간으로 지구촌 반대편까지 감염병 확산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을 할 수 있지만 정작 옆집 아들이 독감이 걸렸는지는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의 경우와 비교해 지금의 코로나19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공간적으로 훨씬 확장적이다. 불과 한 세기 만에 인간의 인지반경은 적게는 수천 배, 많게는 수십만 배 넓어진 셈이다. 코로나19가 인류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영향은 바로 이러한 인지반경의 확장과 관련이 있다. 그만큼 심리적 영향도 실제 삶에서 부딪히는 구체적 영향에 배가되어 작용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인류에 미칠 영향은 그런 의미에서 과거 어느 팬데믹보다 병리적, 역학적 차원을 넘는 문화사적, 인류사적 차원의 단절과 전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인류사에서 대부분의 시대 전환은 내부 균열을 봉합하던 체제 응집력이 예기치 못한 외부의 충격으로 와해되면서 그렇게 붕괴된 체제를 다른 체제가 대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중세의 균열은 신앙의 힘으로 오랜 시간 봉합이 시도돼 왔지만 흑사병이라는 외부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면서 체제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르네상스다. 19세기 유럽 팽창주의의 위험성도 벨 에포크(Belle Époque,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를 의미 - 편집자말)의 화장술로 감춰지는 듯했지만 양대 세계대전을 막아내지는 못했고 그렇게 유럽 제국들은 무너졌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시대다.
시대 전환은 이렇게 시간적 패러다임의 교체로 나타나기도 했고 공간적 패권주의 이동을 초래하기도 했다. 어떤 것이든 확장되는 위기 앞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대정신의 교체가 요구됐던 것이 사실이다.
포스트 코로나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바꿔놓을 세상, 즉 포스트 코로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존의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일까? 그리고 그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로의 전환일까? 그렇지 않다면 과거에 존재했던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순환일까?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올라타야 하는가? 그렇지 않고 저항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야마다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소속된 집단에 따라, 종사하는 분야에 따라 다르게 나오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지구촌의 많은 지역이 권위를 강화하려는 정부와 그에 저항하는 시민 간의 정면충돌로 소용돌이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시민의 건강을 수호한다는 명목 아래 지구상 대부분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격리와 봉쇄, 감시를 강화했다.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시민에 대한 통제가 명분을 얻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 위기에는 권위주의로의 회귀뿐 아니라 폐쇄주의로의 회귀 가능성도 포함된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이후 국제사회는 제국주의적 고립정책이라는 새로운 양태의 전횡을 목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은 많은 국가들이 국경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유로운 이동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역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절호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