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담긴 메스실린더에 주정계를 넣고 알코올 도수를 재다.
막걸리학교
알코올 6%에서 5%로 막걸리 도수가 1%가 낮아졌다는 것은, 부드러운 술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고, 술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표시다. 절대 노동량이 줄고, 스트레스의 총량도 줄고, 세상도 좀더 평화로워졌다는 징표로 읽어줄 만한다.
맥주는 일반적으로 알코올 4~5%를 유지하고 지게미도 없어서 가볍게 마시는 술이다. 그런데 최근에 크래프트 맥주의 붐이 일면서 맥주 도수도 소수점 이하 한 자리 숫자에서 결정될 만큼 다양해지고 섬세해졌다.
수입되는 에일 맥주, 그중에서 벨기에 수도원 출신인 두벨은 알코올 6~7.5%를, 두벨보다 더 강한 트리펠은 7.5~9.5%로 진하고 묵직하고 강렬한 맛을 추구하고 있다. 구구한 설명이 없이 이 술을 권했다가는 자칫 원수가 되기 쉽다.
와인은 포도 열매의 완성된 당도에 따라가기 때문에 알코올에 변함이 적다. 알코올을 추가로 넣어서 만드는 알코올 강화 와인이나, 포도를 얼리거나 졸여서 빚는 경우가 아니라면 와인은 순탄하게 12~13%에 도달해 있다. 자연의 이치에 가장 순응하는 점잖은 술이 와인이다.
증류주는 나라별로 시대별로 달라진다. 우리의 소주도 시대별로 도수가 달라졌다. 진로 소주를 예로 들면 1924년 처음 출시될 때는 알코올 35%였고, 1965년에 30%로 내려왔고, 1973년에 25%로 더 내려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카아~' 소리를 내며 소주를 마셨는데 1998년에 23%로 낮아지면서 소주가 밍밍해지고 싱거워졌다.
2015년에 나온 '순하리 처음처럼'은 12~14%로 내려오면서 소주 베이스 칵테일을 표방했다. 소주의 정체성을 버리면서 새로운 알코올 음료의 시장을 찾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은 20.1%와 16.9% 제품이 소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니, 부드럽고 순하고 깔끔하고 뒤끝이 깨끗한 것이 소주가 추구하는 정체성이 되고 말았다.
쓰고 독했던 소주가 부드럽고 순하고 깔끔함을 추구하고 있다니, 그것은 위선적이다. 시원한 맥주가 크래프트를 표방하면서 쓰고 독하고 진해지다니, 아주 무모해 보인다. 텁텁하고 개운하던 막걸리가 부드럽고 달짝지근해지다니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알코올 도수를 들여다보면 세상이 변한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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