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주정부와 달라스 행정당국의 코로나 19 방역 지침을 어기고 미용실 문을 열어 유명세를 얻은 셸리 루서.
연합뉴스/AP
최근 공화당 대선 경선자이자 텍사스주의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가 미용실에서 트윗을 올렸다.
"3개월 만에 이발을 할 수 있게 해준 셸리 루서와 살롱 스텝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들은 자유와 상식을 위해 일어선 이들입니다. 여러분의 용기로 더 많은 텍사스 가게들이 다시 문을 열 것이고 더 많은 이들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상원의원이 감사를 표한 이는 텍사스 달라스에 있는 '라 모드' 미용실 원장이다. 셧다운이 진행된 와중에 유명해진 여성이다.
그녀는 텍사스 주정부와 달라스 행정당국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고 미용실 문을 열었다. 시정부는 절차에 따라 그녀를 고소했고, 댈러스 법원은 영업정지를 명령하는 명령문을 발송한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영업 재개를 촉구하는 극렬 시위대들 앞에서 그녀는 그 명령문을 찢어버린다. 7일간의 징역과 3500달러(약 433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지만 압박 여론 덕분에 이틀만에 감옥에서 나오게 된다. 조그만 미용실 원장에서 순식간에 재오픈을 염원하는 이들의 상징이 된 순간이다.
이런 '싸움'에 불을 지핀 인물이 이 사태의 최고 책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 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일터로 돌아가길 원하는 많은 사람의 놀라운 대표자"라며 그를 칭송한다. 공화당의 기반이 가장 탄탄한 텍사스 주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스테이 엣 홈'(Stay At Home, 외출자제) 명령을 철회하게 된 이유다. 텍사스의 미용실, 이발소, 네일숍은 이미 지난달 30일 문을 열기 시작했고 다른 업소들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가게 문을 열기 시작한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상원의원은 직접 미용실까지 찾아가 경제 재개를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극우 공화당 '티파티'의 지원으로 상원에 입성했던 테드 크루즈 의원은 한술 더 떠 테슬라 공장에게도 러브콜을 보낸다. CEO 일론 머스크에게 테슬라 공장을 '자유로운' 텍사스로 이전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테슬라 공장은 지난 9일 공장이 있는 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캘리포니아주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는 개빈 뉴섬 주지사의 행정명령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이다. 일론 머스크는 미 전역에 시행되는 스테이 엣 홈 등 전염병 예방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파시스트적'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재무장관인 스티브 므누신은 방송에 출연해 캘리포니아주가 테슬라 공장 재가동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장관의 응원까지 더해진 분위기 속에 테슬라 공장은 카운티의 대답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5월 11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주정부의 명령에 협조해 공장과 가게 문을 닫고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오너들에게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정부에서 보여주는 시그널은 '카오스'가 되어 버리고 만다. 문을 열어야 할지 지금처럼 계속 닫고 있어야 할지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코로나19 정국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의제는 묻혀버렸다. 최근 의회 청문회에선 여러 놀라운 사실들이 나왔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보고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했고, 아시아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북미 대륙에 상륙하기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재난관리청(FEMA) 같은 연방정부 조직은 초기 잘못된 대응으로 혼란을 야기했고 현재 사망자 2위인 영국과 비교해 3배 넘는 사망자 수를 양산했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국가는 어디에?'란 명제에 연방정부가 대답해야 할 단계였다.
하지만 경제 재개 논란으로 지금의 비극은 '파시스트적'인 주정부의 명령 논란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다연발 총으로 무장한 극우 시위대들은 주정부 청사에 진입해 민주당 주지사에게 '재오픈'을 협박한다. 그 앞을 막아서는 병원 노동자들에게 온갖 욕을 시전한다. 전염병과의 싸움으로도 벅찬 주정부는 정부 지원금을 얻어내기 위해 대통령과 '밀당'을 해야 한다. 거기에 경제 재개를 요구하는 극렬론자들의 압박을 제압해야 하는 삼중고, 사중고에 시달리는 사면초가 형국이 되어 버렸다.
대책 없는 경제 재개 확산... 할 수 있는 건 기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