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수이허 강가의 절벽에 새겨놓은 미주하, 글자 하나의 높이가 40m에 달한다.
막걸리학교
츠수이허를 따라 구이저우성과 쓰촨성의 경계까지 가보았다. 그곳에 츠수이허를 미주하(美酒河), 맛있는 술의 강이라고 새겨놓은 석각이 있었다. 츠수이허를 따라 쭌이시의 동주(董酒), 마오타이진의 마오타이주, 시수이현(習水縣)의 시주(习酒), 쓰촨 얼랑진(二郞鎭)의 랑주(郎酒)가 있고, 츠수이허가 끝나는 곳에 쓰촨의 명주 후저우라오(泸州老窖)가 있다.
츠수이허는 그 술의 재료가 되는 곡물을 실어나르고, 술도 실어날라 오늘의 명주를 만들었다. 절벽에 새겨놓은 미주하 글자의 높이가 40m나 되었다. 그 글자 속에서 제일 크고 제일 높고 제일 독한 것을 표현하려는 구이저우 사람들의 자부심과 욕망이 보였다.
빙안구전은 츠수이허의 나루터로 번성했던 마을이다. 새로 난 자동차 길은 강 건너에 있었다. 강 위에 걸린 다리를 건너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모래 준설선이 강물 위를 떠가고, 햇볕에 그을린 아이들이 강물에서 자맥질을 하고 놀았다.
좁은 길 양옆으로 음식점과 가게들이 있다. 돌계단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경사 심하고 옹색한 강변에 집들이 목탑처럼 벽돌탑처럼 올라가 있다. 목조주택은 불안하게 기울어 아슬아슬하고, 떠받치고 있는 지렛대도 가늘어보였다. 벽들도 모자이크처럼 붙여 나간 듯, 불규칙하다.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마을 길의 끝에 석문이 있고, 가파른 계단이 있었다. 외부의 침입을 막기에 좋은 구조였다. 강가에 성벽처럼 솟은 집들이 곧 전망대이고 요새였다. 강 위의 변화를 가장 먼저 살피고, 가장 잘 살피면서 살아가는 마을이었다. 3일, 6일, 9일에 장이 서고, 장날이면 주변의 물산들이 다 모인다. 소금배가 드나들 때는 술집도 많았다고 한다.
술이 약하면 한 숟갈, 잘마시면 세 숟갈
빙안구전 마을길을 걷다가 허름한 가게 안에 모인 사람들을 보았다. 낮술을 즐기는 동네 사람들이었다. "니하오?" 인사를 하니, '어서 들어오'라고 한다. 하얀 종지에 술 한 잔을 따라 권한다. 사각 탁자 위에는 잔들로 가득하다. 술병 하나 놓였고, 술잔과 짝을 이뤄 찻잎이 우려지고 있는 따뜻한 찻잔이 놓여있다. 술이 떨어지니 가게 주인에게 술을 주문하고, 주문한 사람이 술값을 냈다.
밥그릇 한 공기 분량의 투명한 바이주(白酒)가 탁자 위에 새로 놓였다. 술을 권하는데, 따르는 게 아니라 숟가락으로 떠준다. 술이 약한 사람은 한 숟갈로 그치고, 잘 마시는 사람은 세 숟갈을 떠준다. 그리고 잔을 부딪친다. 술잔을 들기고 하고 찻잔을 들기도 한다. 술에 곁들이는 안주가 따뜻한 차다, 급할 것도 없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서로 마시는 행위를 공유하고, 세상 이야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