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은 손예진이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고르는 것이 최적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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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훈(twentydiary)등록 2020.04.08 16:29
내 이상형은 손예진이다. 배우 손예진은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보여준 열연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 때 은호 역으로 보여준 모습에 반해서 그때부터 좋아하게 되었다.
 
손예진은 20년간 외모와 연기력 모두 인정받아온 배우인 만큼 손예진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남자들은 아마 유부남 미혼남 커플 싱글 가리지 않고 매우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연애할 때 "나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은 손예진이고 당신은 나에게 차선의 선택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손예진은 일반 남자들이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손예진이 누군가에게 먼저 고백을 한 경우에만 그 누군가가 고백을 받을지 거절할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학은 선택에 대한 학문으로서 각각의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연구한다. 선택을 잘 할 수 있는 원리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제일 기본적인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 일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잘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나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가난한 학생들도 돕고 싶고 손예진과 연애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현빈 같은 외모도 없고 강남에 아파트를 살 돈도 없기 때문이다.
 
똑 같은 원리는 정치에도 적용된다. 흔히 투표에서 차선의 선택, 심지어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최선의 정부는 사람들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 완벽한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실용적인 국민들의 편익과 정의를 모두 고려해야 하며, 중요한 정책들은 이해 당사자가 얽혀 있어서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때가 많다. 그런 세부 분야 모두 내 뜻과 같은 정당이나 정부는 나오기 매우 어렵다. 사실은 존재하는 정당 중 제일 나은 정당이 바로 최선인 것이다. 그 정당이 당신 맘에 들지 않을 수 있고 불만 불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최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에게 꼭 맞는 정당은 드라마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환상 속의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왜 정부와 정당에 대한 선호는 차선 또는 차악이라는 말을 그렇게 많이 쓰는가. 눈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각자 이상형이 있는데 이상형과 너무 먼 사람이 눈앞에 있으면 한 번에 호감을 갖기는 어렵게 마련이다. 그래서 개인의 선호와 취향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 사람이 없는 데서 차선이라고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연애에서는 그렇게 눈이 높은 경우, 오랜 기간 자발적 싱글로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연애와 정치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연애나 결혼은 싱글을 선택할 수 있지만, 투표에서 정당을 선택하는 일은 무조건 한 정당과 같이 살아야만 한다. 누군가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면 남들이 선택한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된다. 싱글로 사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투표하지 않는 것은 싱글이 아니라 남이 정해준 사람과 억지로 같이 사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이혼도 어려운 일이지만, 투표로 정한 사람과 이혼하는 일은 역사적으로 손에 꼽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2016년 겨울부터 이어진 박근혜 탄핵이 바로 그 경험이다.
 
2016년 겨울,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시위에 참여했고 다들 생각이 다양했다. 하지만 촛불혁명의 제일 큰 의의는 박근혜가 대통령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촛불혁명의 완성은 박근혜를 단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의 세력이 충분한 반성과 세대교체를 하기 전까지는 다시 집권하는 것을 막는 것에 있다. 현재 거대 야당의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국무총리 출신이며 이 당에는 박근혜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새롭게 영입된 사람들도 상당수가 극우 성향을 갖고 있거나 박근혜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사람들이다. 당대표는 총리 시절에는 과잉의전 논란이 있었고 현재는 'n번방 호기심' 발언 등 실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정당이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그저 현 정부의 방침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재정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위험하다. 정부재정은 국가경제가 힘들 때는 적자를 내고 경제상황이 좋을 때 그 적자를 메꾸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도, 그들은 국가경제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하고 있다. 현 정부가 방역에 있어서 상당히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발목을 잡혀 경제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야당의 이런 태도 때문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보여주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과거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참사 대처를 떠오르게 하며, 그런 무능함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고 노회찬 의원은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가 사이가 좋지 않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혼도 비혼도 불가능하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 나는 외계인보다는 정상인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겠다. 그것은 차선 혹은 차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는 현재 존재하는 정당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비록 내 이상형은 손예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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