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뮐루즈 야전병원에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EPA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있는 지중해 감염전문대학병원(IHU Mediterranée Infection)을 이끄는 디디에 하울 교수는 3월 17일 놀라운 소식을 세상에 타전했다. 2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아래 클로로퀸)과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투약한 결과, 코로나19 환자의 75%가 6일 만에 치료되었고, 투약하지 않은 그룹에선 같은 기간 10%만이 치료되었다는 자신의 임상실험 결과였다. 그날 이후 프랑스 의학계는 물론, 프랑스 여론은 의사 디디에 하울과 '클로로퀸'이라는 약을 둘러싼 논쟁의 폭풍에 휘말렸다.
많은 의사들이 24명이라는 숫자는 과학적 결과를 말하기에 지나치게 적은 숫자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 하울 박사가 실험 결과의 주관적 해석을 방지할 수 있는 실험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과 클로로퀸이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이란 점을 근거로 이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디에 하울 박사를 지지하는 의사들은 지금은 '전시 상황'이고, 엄격한 임상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더라도, 현재로서는 클로로퀸이 치료시간을 현저하게 단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이 약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클로로퀸은 1930년대에 나온 약으로, 의사들은 이 약을 잘 알고 있고, 그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 약을 일반의들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게 된다면 병상과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지역에서 최선의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확대→ 제한→ 확대→ 제한... 논쟁을 혼란으로 키운 정부
이러한 의학계의 논쟁을 전 국민적 혼란으로 키운 건 다름 아닌 마크롱 정부였다.
3월 17일 디디에 하울 박사의 발표가 있던 날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지금으로선 의학적으로 클로로퀸이 코로나19의 치료제로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없지만, 치료제 사용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24일에는 과학위원회의 논의 후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위급한 환자들에 대해서만 한정해서 치료를 허가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확대를 위해선 적어도 6주가 소요되는 정밀한 실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이에 디디에 하울 박사는 "중증단계에 돌입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클로로퀸은 아무 효과가 없다"며 정부 방침에 큰 불만을 드러냈다. 디디에 하울 박사로부터 클로로퀸 치료를 받고 완치된 니스 시장, 우파 국회의원 등이 하울 박사를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확진 판정을 받고 펄펄 끓는 고열 속에 투병하던 간호사가 클로로퀸 투약 이틀만에 씻은 듯 나았다는 증언을 비롯, 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탁월한 효능을 입증하는 환자와 의사들의 증언이 SNS에서 앞다투어 이어졌다.
그러자 정부는 3월 26일 클로로퀸의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또 다시 다음날인 27일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에 대해서만 의사의 엄격한 통제 하에 투약이 가능하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입장을 정정했다.
이러한 세간의 논란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도록 기름을 부은 사람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3월 19일 그는 디디에 하울 박사의 실험 결과에 고무되어 클로로퀸을 "의학품 역사상 가장 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클로로퀸 효능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런 그의 말을 듣고 클로로퀸을 약국에서 구입해 투약한 한 60대 부부가 한 사람은 사망에, 또 다른 사람은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세계에 타전되기도 했다. 과다복용할 경우 심장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부작용을 그들은 간과했다.
그러나 3월 25일, 뉴욕주의 의사 제프 젤렌코 박사가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을 투약한 결과, 사망자 0명, 입원환자 0명, 인공호흡기사용 0명이었으며, 500명 모두 완치되었다고 트럼프에게 자신의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하늘이 주신 재능"이라며 하울 박사의 연구를 높이 평가했다.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젤렌코 박사는 "10%의 환자에게서 구토나 설사 등 경미한 부작용이 발견되었다"며 "현재로선 이 약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확언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 승인(3월 29일)하기에 이르렀고, 독일 바이엘사는 미국에 클로로퀸 100만정을 기증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세계의 클로로퀸 시장을 싹쓸이하며 사들이기에 나섰지만, 이미 미국 내에서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클로로퀸 처방하겠다" 의사들의 반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