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의 싸움,? '한국형'이냐 ?'서구형'이냐?

마스크를 통해 나타나는 문화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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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moveon1821)등록 2020.03.30 17:56
온 세상이 코로나라는 '블랙홀'에 무방비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온 인류가 싸우는 '3차 세계대전'이라 칭해도 무방할 듯하다.  인류의 대제전으로 불리는 올림픽이 사상 최초로 연기되었고, 그 자리를 코로나가 대체하였다. 매일 같이 전해져 오는 나라별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마치 올림픽 메달 경쟁을 대신하는듯 하여 씁쓸하다. 사람들을 힘들고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 어두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의학과 과학의 모든 지식으로도 과연 그 대답을 얻을 수 없는 것인지 모두들 그 의문을 붙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 듣도보도 못했던 사태에 대처하는 방법 중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공격적인 검사와 추적시스템을 가동하며 공적인 역할에 무게를 두는 '한국형'과,  공적시스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대적으로  개인의 책임을 더 강조하는 캐나다 등 '서구형'이다.

우리 같은 이민자들에게 사태 초기인 2월까지는 관심의 초점이 한국으로 향하다가, 3월을 기점으로 바이러스가 북미, 유럽 등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걱정도 함께 캐나다로 옮겨오게 되었다.

며칠전 서울에 사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대화의 중심이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것은 마스크였다. 친구는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쪽이었다. 캐나다는 좀 다르다. 증세가 있거나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가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쪽이다. 진짜 필요한 사람은 현장에 있는 의료진이라는 생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여기 토론토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가 최근에서야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스크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캐나다는 확진자가 몇백명 수준을 넘으면서부터 연방총리에서 부터 주총리, 시장에 이르기까지 각급 정부를 대표하는 정치인 및 최고 방역책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는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급기야 온타리오주에서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5명이상 모이지 못하게 하는 초강경수까지 동원되었다. 따지고 보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마스크는 필요없다. 만나더라도 2m 이상의 거리를 지키면 마스크 없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무슨 차이일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한가지 지점에 생각이 멈추었다. 눈이 많이 오는겨울날, 캐나다 방송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제히 스쿨버스 운행을 중단한다고 방송한다. 등하교는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스쿨버스 기능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긴 하지만, 캐나다에 온지 몇년 동안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한국 같으면 똑같은 상황에서 자가용을 버리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라고 할텐데, 대표적인 공공 운송수단의 하나인 스쿨버스 운행을 취소하다니… 몇년을 지나고 겨우 이해(스스로 그러려니 짐작)한 것은 '여기 사람들은 위기시에 모든 일차적인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정부가 무책임하다기 보다는 문화와 의식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우선순위의 다름'인듯하다. 공공시스템이 최전선에 투입되어야 할 위기상황이 오면 개인은 1차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공공의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발상이다.  이것이 코로나에도 작동하는 기본 원리이다. 미국이나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은듯 하다.
마스크로 대변되는 문화적 차이이외에 또 다른 하나는 정부의 결정에 대한 국민들과 각계의 반응 양식이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캐나다는 평소에는 자유분방하던 사람들이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결정에 매우 협조적인데 반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만  봐도, 캐나다에서는 정부 긴급발표를 전후하여 대부분의 종교가 집회를 온라인으로 바꿨다. 심지어 교회를 잠정 폐쇄한 곳도 허다하다. 그런데 한국의 최근 뉴스는 정부의 지침에도 불구 일요일 예배를 강행한 곳이 1만개가 훨씬 넘는다고 전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마스크는 안 쓰지만 대부분의 매장은 입장시 그리고 계산대에 2m의 눈금을 바닥에 그어놓고 거리를 유지한다.비필수 매장은 2주간 문을 닫으라는 명령에 모두 따르며 심지어 필수 매장인데도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곳도 많다.  캐나다 상하 양원이 GDP의 3%가 넘는 경제 촉진 추경안 심사에 보낸 시간은 만 하루를 넘지 않았다. 정부가 안을 낸 날로부터 일주일이 채 안 걸렸다. 속전속결이다.

캐나다가 월등하다고 주장하려는게 아니다. 나같은 필부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 시스템이고 앞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낼지 가늠하는 것은 쉽지않다. 대응방법과 그로부터 나온 결과에 대한 평가와 대책이 어떠하든 그것은 모든 나라가 자신들의 문화와 시스템에 기반하여 헤쳐나갈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호사가들은 올림픽 메달 순위 매기듯 확진자와 사망자 그리고 각국의 사후 대처방식을 가지고 랭킹을 매길 것이 분명하지만 이런 대증적 분석은 문제의 사전 예방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근 잦아진 바이러스 창궐의 근본원인으로 인간의 환경파괴가 지목된다. 신기하게도 코로나때문에 사람들의 접촉이 끊어진 곳에 자연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보도들이 늘어나는 한편, 사람들은 짧은 기간 인위적 격리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 가고 있다. 지구상에서 공생해야 하는 것이 사람뿐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자연생태계까지도 함께여야  한다는 단순하고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한낱 미생물을 통해 값비싼 희생을 치르며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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