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이화주는 배꽃처럼 희다.
막걸리학교
지역과 일기변화의 편차로 앞뒤로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나지만, 배꽃은 4월 중순쯤에 핀다. 4월 중순에 이화주를 빚으려면 지금쯤은 이화곡을 만들어야 한다. 이화주는 고려 시대 경기체가의 '한림별곡'에 나오고, 물을 아주 적게 써서 빚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날 술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화주는 고급 탁주의 한 종류로, 막걸리 빚기를 배운 사람 중에서 성격이 아주 급한 사람이 이화주에 곧장 도전한다. 그 술이 떠먹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 여럿이서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고, 보기 드물어서 귀하고 자랑하기 좋기 때문이다. 이 술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기 좋으니, 홈파티를 위해 빚어두면 인기가 좋다.
쌀 4kg을 물에 불렸다가 가루낸다. 쌀은 2~4시간 정도 물에 불려두었다가, 30분 정도 물 빼기를 한 뒤에 가루낸다. 믹서기로 가루를 내고, 중간체로 밭쳐낸다. 집에서 만드니 쌀 입자가 좀 거칠어도 상관없다. 쌀가루를 양손에 한 줌씩 쥐어 눈싸움할 때 만드는 눈덩어리처럼, 야구공 정도 크기로 단단하게 뭉쳐본다. 이때 힘주어 뭉쳐도 뭉쳐지지 않으면, 물을 한 컵 200㎖ 정도를 고루 뿌려서 섞은 뒤에 다시 뭉친다.
쌀은 물에 불리면 20~25% 정도 무게가 늘어난다. 그런데 쌀을 체로 치고, 또 잠시 방치하면 수분이 날아가서 안 뭉쳐질 수 있다.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질어질 수 있으니, 단단히 쥐었을 때 뭉쳐지고 손에는 물기가 묻어나지 않는 정도라야 한다. 물기가 많으면 썩을 수 있으므로, 뭉쳐질 수 있는 최소한의 물량으로 뭉친다. 그때 물의 양이 쌀 대비 25% 안팎이고, 이 분량은 쌀을 불리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쌀 1㎏이 물을 머금어 1.25㎏이 되니, 이화곡 한 덩어리를 200g 크기로 만들면 쌀 1㎏으로 6개를 만들 수 있다. 쌀 4kg으로는 24개 정도 이화곡을 뭉칠 수 있다. 뭉쳐진 쌀가루 덩어리를 사과 상자에 담는데, 이때 준비한 전기방석을 상자 밑에 깐다.
전기방석은 철물점에서 1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상자 안에 짚이나 쑥단을 깔면 좋은데, 없다면 마트에서 계란 30개가 담기는 종이 계란판 3장을 구해와서 먼저 한 장을 종이 상자 바닥에 깔고 12개를 담고, 그 위에 종이 계란판을 다시 얹어 12개를 놓고, 그 위에 모자처럼 종이 계란판은 덮어주면 된다. 계란 90개를 사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요령껏 구해보길 바란다.
이때 종이 계란판은 상자 속에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종이 계란판만으로는 아쉬우니, 집 주변의 잎이 넓은 식물의 잎을 몇 장 따거나, 줄기가 긴 풀을 꺾어다가 넣어주는 것이 궁여지책이지만 괜찮다.
예전에 누룩을 만들 때에 짚이나 쑥 말고도 연잎, 도꼬마리잎, 닥나무잎 등을 사용했는데, 이는 물가에 자라는 넓은 잎이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잎을 썼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잎에 있는 미생물, 효모나 곰팡이균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니 꽃도 몇 송이 따서 넣어줘도 좋다. 꽃에는 효모가 많기 때문이다.
피어라, 곰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