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브란덴부르크 앞 광장독일 정부가 국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호소한 지난 3월 19일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앞 광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AP
연방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은 주 정부의 권한이 막강하다. 이 때문에 독일 전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정'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각 지역의 이동 제한 및 이동 금지, 공공시설이나 학교 폐쇄 등의 결정이 모두 다른 시기에 제각각 이루어졌다.
바이에른주는 지난 20일 독일 주정부로는 처음으로 시민들의 외출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일차적으로 4월 3일까지 적용되며 위반시 최대 2만5000유로(한화 약 3400만원)를 부과한다. 바이에른주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잇따라 외출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시민들은 '독일 전역에 적용해야 한다'며 강력한 조처를 요구했다.
반면 베를린시는 '블라블라(잡담)' 정책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에른주처럼 강력한 조치를 단번에 취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베를린시는 행정명령을 통해 지난 3월 11일 1000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가 14일에는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19일에는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행정명령을 바꿔가며 대책이 급변했다.
독일 언론들은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총리를 "안티 바이러스 정치인", "독일 위기 드림팀"이라고 추켜세웠고, 미하엘 뮐러 베를린 시장에게는 "무대책이 더 무섭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결국 22일이 되어서야 연방정부 및 주총리 회의를 통해 독일 전역에 3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독일 전역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된 첫 규정이다. 독일이 전염병 감염 시작을 선포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하지만 이미 외출금지령이 떨어진 일부 주에서는 하나마나 한 규정이 됐다.
독일의 트라우마, 나치
독일 나치 역사의 트라우마는 독일 연방제와 시민들의 자유, 다양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형태로 발전됐다. 다시는 나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다양성을 위협하는 '통일성'을 거부하며, 철저한 연방제도 또한 그렇게 발전했다. 이런 독일 시스템의 원칙은 기본법(헌법)에 그대로 명시되어 있다.
독일이 발빠르게 강력하고 일괄적인 조치를 하지 못한 것에는 이러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끝끝내 독일 전역의 '외출금지령'을 내리지 못하고, '3인 이상 접촉금지'를 발표한 데서 연방제와 개인에 대한 존중을 지켜가며 감염병 대책을 세우고자 하는 독일의 고민이 묻어난다. 앞서 독일 언론 또한 '외출금지령' 강제조치가 과연 기본법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꾸준히 제기했다.
한 발 늦은 조치, 독일은 코로나를 잡을 수 있을까
메르켈 총리는 지난 11일 코로나19 관련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일 국민들의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했다. 이어 임기 내 최초로 TV 담화문까지 발표했지만 그 어떤 강력한 조치나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이성을 촉구했고, 외출을 자제하는 등 올바른 행동을 '권고'했다.
하지만 독일 시민들은 햇볕을 쬐러 공원에 모여들었고, 확진자는 계속 늘어났다. 지금은 독일 전역에 유효한 '규정'이 발표되었지만, 많이 늦은 듯하다.
독일 보건부는 지난 21일 통신사 정보를 이용해 익명으로 사람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전염병예방법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처 방법이 독일 현지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이후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판적인 목소리가 크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중시되는 독일에서는 집 밖을 나가는 자유는 없을지언정 내 정보를 가져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독일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독일 연방제도는 물론 유럽연합 내 국경의 장벽을 없앤 솅겐조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매일매일 증가하는 확진자의 수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또 역설적으로 연방제 덕분에 독일 전역이 비교적 탄탄한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기준 독일 확진자는 2만 50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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