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견장에 나온 '동아일보 해고통지서. 6가지 해고사유 외에 오른 쪽 포스트잇에는 시민들이 추가로 해고 사유를 적었다.
동아투위
3월 17일 오전 11시, 동아일보사 앞에는 동아 해직언론인들뿐 아니라 언론·노동·시민사회 단체 구성된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구성원들도 동아투위와 함께 했다.
시민행동은 이날 6가지 사유를 들어 '이제 우리 국민이 동아일보를 해고한다'는 해고 통지서를 발표했다. 6가지 사유는 ▲ 일제의 앞잡이로 민족을 배신한 죄 ▲ 민족 분열을 획책하고 이를 공고히 한 죄 ▲ 군사독재 권력의 충견으로 민중을 괴롭힌 죄 ▲ 민중을 저버리고 권력자, 기득권, 지배자의 편에 서 왔던 죄 ▲ 국민이 위임한 언론권력을 남용하고 탄압한 죄 ▲ 자사의 참 언론인을 부당하게 해고하고 지금까지도 사과하지 않고 복직시키지 않은 죄라고 밝혔다.
45년 전 그날 새벽은 추웠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보통 때 같으면 그저 괴괴한 고요만 가득한 시간이었는데, 이날은 새벽 3시 전부터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었다. 경찰이 주요 길목을 막아서고 있었고, 검은 복장 차림의 청년들이 각목을 든 채 동아일보사 주차장을 서성였다.
유신권력에 굴복해버린 동아일보사 경영진이 닷새째 제작을 거부하며 농성 중이던 동아일보, 동아방송, 신동아, 여성동아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을 강제로 해산시킬 것이라는 얘기가 며칠 전부터 나돌았다. 당시 나는 동료 기자 22명과 함께 동아일보사 건물 2층 공무국에서 신문 제작을 거부하면서 닷새째 단식 농성 중이었다. 3층 편집국에서는 기자들이, 4층에서는 동아방송 피디와 아나운서들이 제작을 거부하면서 농성 중이었다.
단식 중이던 2층 공무국에는 납으로 만든 활자판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요즘이야 컴퓨터로 손쉽게 편집·제작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손으로 일일이 활자를 하나씩 뽑아서 판을 짰고, 그것을 동판으로 만들어 인쇄를 했다. 신문제작에 없어서는 안 되는 활자판을 우리가 점령하고 있었기에, 소수의 제작참여 인력으로 4면짜리 '가짜 동아일보'를 제작하던 동아일보사 사측은 다른 신문사를 유랑하며 신문 제작을 하고 있었다.
45년 전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