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이 잘못되면 '병'을 고치지 못해요.

성한용의 ‘중도층’에 대한 잘못 된 진단

검토 완료

최요한(ichan1)등록 2020.03.16 11:03
저는 성한용 기자가 한겨레신문에 연재하는 '정치 막전막후'를 '되게' 좋아합니다. 제가 '되게'를 강조하는 이유는 성한용 기자의 범상치 않은 분석이 한국정치사에 날카로운 메스가 되어 많은 시사점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 막전막후'를 대하게 되면 '되게' 꼼꼼히, '되게' 성실히, '되게'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번에 연재된 정치 막전막후 312 "금태섭 탈락·비례연합정당 참여…당원·열성 지지층, 정당을 장악하다"를 되게 꼼꼼하게 읽었는데, 어딘가 모를 석연찮음을 느꼈습니다. 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932576.html

이전에 읽었을 때의 상쾌함과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액션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뭐지? 다시 여러 번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지요. 진단이 잘못되었다고, 진단이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글도 저 멀리 뜬구름 잡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라고요, 그 문제 제기를 하는 겁니다.

성한용 기자는 이런 이야길 했습니다.

"또 중도층 유권자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저는 중도층 유권자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지역구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에서 일부 지지층의 투표 포기나 중도층의 외면은 그 정당에 치명상을 줄 수 있습니다. 접전 지역에서는 수천 표나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뀌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 20석 빼앗기지 않으려다가 잘못하면 지역구 선거에서 그 이상의 의석을 빼앗길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성한용 기자는 앞 문단에서 지금까지 대통령들이 당을 만들어 제왕적 총재를 해왔고, 또 국회의원 공천을 비롯해서 수많은 당내 결정에 꼼꼼하게 개입했으며, 그렇게 정치적 권한을 행사해서 권위주의적 정치행태를 보였지만, 이제는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당원과 열성지지층에게 그 헤게모니가 넘어왔다고 분석했습니다. 더 이상 당의 대표나 중진들이 당의 결정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며, '정당 소유권'을 이전받는 당원과 열성 지지층이 향후 '결국 우리나라 정당의 새로운 주인,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주도 세력이 될 것'이라고 예언까지 했습니다.
 
뭐, 이 분석은 늘 있어왔던 분석이고 타당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지에 대해서 권리당원의 의견을 묻는 투표에 25.9%의 반대가 나왔다는 점, 그리고 25%의 반대론자들을 잘 설득하지 못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가 4·15 총선에서 투표장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단언하고 있는 진단입니다.
 
코로나 19인지 아닌지 제대로 진단을 하지 못하면 병을 고치지 못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312는 정치 치료제로는 '빵점'이라고 평가하겠습니다. 그 결정적 이유는 바로 위에 정리한 대로 '저는 중도층 유권자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대목 때문입니다.
 
미안하지만 저는 성한용 기자의 의견과 다릅니다. 선거 시기에 수많은 언론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의 정치성향을 좌-중도-우, 로 나눠서 각각의 퍼센트를 냅니다. 그리고 늘 붙이는 이야기가 이번 선거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누가 사로잡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중도는 늘 좌와 우의 중간에 있어왔고 어설픈 정치적 선동에 흔들리는 듯 이야기 합니다. 늘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고들 있습니다. 마치 성한용 기자의 이야기처럼 지도부가 잘 설득하지 않으면 25% 반대론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듯이 이야기 합니다. 저는 성 기자의 글에서 25%는 중도층이라는 뉘앙스를 받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중도층이야 말로 명확한 '자기소신'을 가진 이들이다.
 
글의 중간에 민주당 당직자의 말을 빌어 '조지 레이코프'의 이야기를 살짝 곁들이기도 했지만, 꼭 그 이론이 아니더라도 저는 중도층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거 시기에 좌파와 우파를 빼고 매우 두터운 중도층(적어도 40%가 넘는)을 이야기 하지만, 극중주의를 이야기 하는 안철수의 지지율은 물론, 좌파와 우파가 섞여서 그야말로 중도주의 정당을 표방했던 '바른미래당'의 처참한 지지율을 생각하면 과연 중도층이 있을까? 과연 중도표심이 선거를 좌우할까? 의구심이 듭니다. 그렇게 중도층이 두텁다면 지금까지 수도 없이 명멸해갔던 중도를 표방한 정당들이 왜 그렇게 힘없이 고꾸라졌을까요? 집권을 해도 수십 번은 했을 상황인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언론들은 지치지도 않고 계속 중도중도중도를 외치고 있을까? 중도에 무슨 호그와트 마법력이라도 서려 있는 것일까요?
 
 

조지 레이코프 교수 캘리포니아 대학의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중도란 없다' 라고 주장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로 유명한 레이코프는 "중도층은 추상적으로만 존재할 뿐 결국에는 분명한 입장을 선택한다"라고 주장한다. 그것 자체가 일종의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 안희경


저는 '중도'라는 개념이 대단한 허상(虛像)이며, 이 개념은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기자들과 그들이 속한 언론사들, 그리고 일부 지식인입네 하는 사람들이 소위 '민중'이라고 불리는 유권자들을 깔보는 시각으로 만들어낸 개념이라 해석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의견과 견해가 늘 일관된 하나의 기준에 따라 결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전교조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하다가(좌파적 견해),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의 교육이 맞다고도 생각합니다.(우파적 견해)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하고 남북이 평화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좌파적 견해), 가끔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언사를 내뱉기도 합니다.(우파적 견해) 환경을 보존해야 하고 지구 온난화는 걱정이 되지만, 이 지역에 있는 저 산을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으면 그나마 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게 정상입니다. 사람이 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거든요.
 
소위 '중도'라 불리는 이들은 어떤 사안은 우파적 생각을, 어떤 부분은 좌파적 선택을 하는데, 그것을 모두 모아서 평균을 내보니 산술적으로 중도라고 계산을 할 뿐이지, 중도를 어떤 극단적인 견해를 모두 배격해서 온건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들로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중도층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또는 '자기 견해가 없는'으로 해석하는 모양인데, 오히려 중도층은 좌파나 우파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한 '자기소신'을 가진 이들입니다. 그렇게 중도에 대해서 애매모호하게 생각하는 언론사와 기자들이야말로 자신들의 '똑똑함'과 '예리한 분석력'에 취해서 상황을 오판하는 헛똑똑이라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25%의 반대론자들이 더 열심히 투표할 것
 
성한용 기자는 두 가지 지지율 이야기를 합니다. 이번 비례연합정당 투표에서 반대한 25%의 반대론자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난해 10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며 당 지지도가 하락했다가 최근에 겨우 회복했으나 아직 '내상'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국사태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은 정말 많으나 지난해 10월 당 지지도가 하락한 것이 조국 사태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국 사태는 그저 계기로 주어진 것이지요. 1700만이나 되는 촛불들이 들고 일어나서 박근혜 정권을 탄핵했습니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나라들에서도 별로 보기 어려운, 그래서 우리는 '촛불혁명'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초반부터 철저한 개혁을, 가히 혁명이라 불릴만한 조치를 취하면서 개혁을 밀고 나갔어야 했습니다. 박근혜 퇴진과 이재용 구속을 외쳤잖습니까? 불의한 정치권력을 심판하고 철저한 재벌개혁을 요구한 것입니다. 정치민주화는 물론이고 경제민주화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촛불에 담겨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들 보기에는 뜨뜻미지근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말이지요. 여전히 재벌은 대한민국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고, 고개도 쳐들지 못하던 '친박'들이 준동을 하고 있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입장에서는 열불이 터질 노릇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를 하고 등장했는데 정치권은 무력합니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겠습니까? 그래서 조국이 계기가 되어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입니다. 이걸 침소봉대 하지 마세요.
 
제 이야기의 결론은 이겁니다.
 
제발 25%니 뭐니, 중도층이니 뭐니, 호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그들은 선거 국면에서 금태섭 의원과는 달리 명확하게 지지의사를 밝히며 투표소에 달려갈 것입니다.
 
제발 어설픈 정치공학으로 현상을 호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국민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상황을 보면 열불 터져 죽겠습니다. 이미 가슴 속에는 1700만 개의 촛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것을 4월 15일, 명확하게 가슴 속에서 꺼내서 치켜들 것입니다.
 
제발 국민을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글재주 있는 기자들과 말빨이 먹히는 비평가들이 이렇다 저렇다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지휘를 합니다. 그렇게 해 왔습니다. 하지만 두고 보십시오. 당신들이 무시하는 그 국민들이 꺼내든 촛불이 결국 횃불이 되어 당신들에게 들이 댈 것입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병'을 고치지 못합니다. 코로나19인지 단순한 감기인지, 병을 고치는 것은 명확하게 진단이 나와야 가능합니다. 어설픈 이런 진단은 국민들에게 더 '홧병'이 나게 합니다. 정치개혁하고 나서 언론개혁을 해야 하는 이윱니다. 
 
덧붙이는 글 2005년부터 정치평론, 경제평론을 하고 있습니다. 선거시기까지 종종 글을 올리겠습니다. 채택되면 제 SNS에 링크를 걸겠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