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안내문 게시된 로마 공항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1월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중국 우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AP
5. 2월 말 방학 때 이탈리아에 간 사람들
2월 말 유럽에는 2주간의 방학 시즌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에 휴가 갔던 많은 유럽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돌아왔고, 3월 초부터 유럽 전역에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1월 24일 처음으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달여간 총 12명의 확진자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2월 말경 그들은 모두 완치되어 '확진자 제로'를 선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캉스 시즌이 끝날 무렵인 2월 29일 100명의 확진자가 생겨났다. 그로부터 2주 뒤, 3천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6. 독일 메르켈의 느긋함, 왜?
14일(현지시각) 기준, 이탈리아의 확진자-사망자 수가 폭발적(확진자 1만7660, 치명률 7.2%)인 것과 비슷하게 독일의 사망자가 8명에 머무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확진 3675명, 치명률 0.2%).
메르켈 총리가 느긋한 태도로 코로나바이러스에 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하다. 독일은 병상 수, 의사 수, 공공병원 비율에서 모두 모범적인 수치를 가졌다. 또 한 지역에 확진자가 몰려있지 않고, 고루 퍼져있는 것도 대처 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병원과 의사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환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처럼, 죽을 줄 뻔히 알지만, 버려지는 환자가 없는 까닭이다.
7. 공공의료 예산 축소에 올인한 국가가 자초한 일
이탈리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지만, 프랑스의 상황도 국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나온다. 지난 10년간 프랑스 정부는 공공 병원에 대한 예산 축소를 강행해 왔다. 실제로 2013년부터 6년간 정부가 축소한 병상 수는 1만7500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병상 수의 5.3%를 차지한다.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돼, 2018년 한 해에만 4200개의 병상이 사라졌다. 공공병원 의료진들의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프랑스 공공병원 의사 1000여명은 정부가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증액하지 않는다면, 집단적으로 사임하겠다는 협박을 가하기도 했지만, 마크롱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12일 마크롱 대통령이 전체 학교의 잠정 휴교와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 실업에 처한 모든 이들의 급여를 국가가 (최저임금 수준에서)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당 의원 2명을 포함한 국회의원 5명과 문화부 장관의 확진이 마크롱의 위기의식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크롱이 제시한 대책은 단기적 해결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 문제를 초래한 병상 수 재건과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대책을 외면하고 있어 여전히 비판 받고 있다.
8. 중국은 지금
완치율이 80%를 넘어선 중국은 이제 거의 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진압했다고 한다.
9. 결론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 어떤 역병이 지구촌을 휩쓸지 모른다. 그 때마다 난리 북새통을 만들며 삶을 멈춰 세울 것이 아니라, 망가져 있는 공공의료 시스템만 잘 정비해도 우리의 삶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바이러스의 침투에 0.2% vs. 7.2% 라는 극단적 치명률을 보여주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기억하자.
독일뿐 아니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튼튼한 공공의료 수준을 갖춘 나라들에선 치명률이 0.0~0.2%를 나타내고 있다. 1천명이 넘는 노르웨이 확진자 중 죽은 사람은 1명뿐이다. 핵심은 고령화가 아니라, 부실한 공공 의료 체계다.
- 피가로(Figaro), 리베라시옹(liberation),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 기사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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