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에 담긴 샴페인, 그리고 가리비찜온탕(가리비찜)과 냉탕(샴페인)을 오가는 맛의 롤러코스터는 현란하기 그지없다.
임승수
온탕을 즐겼으니 이제 냉탕에 들어갈 차례다. 옆에서 얼음찜질 중인 샴페인을 잔에 따라 꼬릿한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들이킨다. 특유의 이스트 향에 신선한 과일 풍미, 탄산의 청량함이 섭씨 5도를 살짝 웃도는 시원함으로 가리비의 짭조름한 기운을 개운하게 씻어내린다.
두 음식이 빚어내는 맛의 시너지는 실로 대단해서, 온탕(가리비)과 냉탕(샴페인)을 오가는 맛의 롤러코스터는 현란하기 그지없다. 얼음이 담긴 아이스 버킷 덕분에 샴페인의 냉탕 효과를 가리비 살 최종 한 점까지 꾸준히 음미할 수 있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샴페인은 온도 상승으로 자신의 장점인 싱그러움을 잃고 구박을 받았을 것이다.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샴페인을 포함해) 화이트 와인 계열은 좀 차게 마셔야 좋다는 것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레드 와인은 별다른 고민 없이 실온에 방치해 마시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에도 난방 때문에 실내 온도는 섭씨 25도 가까이 올라간다. 한여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온도에 레드 와인을 장시간 방치하면 온도 상승으로 풍미가 떨어진다. 그런 이유로 나는 레드 와인을 마실 때도 아이스 버킷을 준비한다. 다만 버킷에 얼음 대신 찬 수돗물을 받아 놓는다. 마시다가 온도가 너무 올라갔다 싶으면 와인 병을 버킷에 담가 찬물로 온도를 조절한다. 여름에는 찬 수돗물로 역부족이어서 얼음도 준비한다.
온도에 따라 변하는 레드 와인의 풍미는 마치 꽃봉오리와도 같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꽃잎을 닫아서 꼭 움츠리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꽃잎이 너무 벌어져 상쾌함과 생기가 떨어진다. 이런 건 백날 말로 설명해 봐야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궁금하다면 실험해 보기를 권한다.
레드 와인을 마시기 두 시간 전에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꺼낸 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마시면서, 와인 온도 상승이 맛과 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체험해 보시라.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할 것이다. 와인을 마실 때 잔의 보울 부분을 잡지 않고 가느다란 줄기 부분을 잡는 이유도 와인의 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다. 절대 겉멋 부리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와인 전용 온도계를 구입해서 온도를 측정하며 마시는 사람도 있다. 나도 온도계를 이용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구매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냥 코와 혀로 직접 확인하면서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수준으로 온도를 조절한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코에서, 그리고 내 입에서 가장 맘에 드는 순간이 최적의 온도 아니겠는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