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1월 17일자 조선일보 호외로 나온 <김일성 총 맞아 피살>라는 제목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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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100년 잔치를 벌이면서 내어놓은 자화자찬은 화려하며, 그들이 주장하는 '진실의 시간'은 차고 넘친다. 과연 그러한가. 몇 가지 '반 진실'의 사례만 보자.
#1. 1986년 11월 17일자 조선일보 호외. '김일성 총 맞아 피살' 제목의 호외는 '휴전선 방송' '열차타고 가다 총격 받았다' '전방 북괴군 영내에 일제히 반기 올려' '군부 중심 심각한 권력 투쟁 진행중인 듯'이 주요 내용이다. 김일성 북한 주석은 이 호외 발간 후 8년 뒤 1994년 7월 8일 사망했다.
#2. 2013년 8월 29일 6면.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 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을 포함해 북한 유명 예술인 10여 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 판매한 혐의로 지난 20일 공개 처형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처형당했다는 현송월은 2018년 2월 6일 140여 명의 북측 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을 이끌고 북한 여객선 만경봉 92호 편으로 강원도 묵호항에 도착했다. 이후 2월 8일 강릉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 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을 가졌고, 2월 11일에는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가졌다.
#3. 2019년 5월 31일 조선일보 1면.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 조선일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하여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혁명화 조치(강제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했다고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보도 사흘 만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나타난 사진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함으로써 사흘 만에 오보로 밝혀졌다.
민주정부·민주화 세력에 대한 끝없는 저주, 증오, 분열의 행태
분단과 냉전체제의 이데올로기에 갇힌 조선일보에서 북한 관련 오보가 많은 것은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이런 보도를 하면서도 '진실의 수호자들'이라고 자처한다.
문제는 이런 '단순한 거짓'을 넘어 우리 사회에 훨씬 큰 해악을 끼치는 구조적 거짓, 언론권력의 오만, 강자와 수구기득권·분단 냉전 이데올로기, 민주정부·민주화 세력에 대한 끝없는 저주, 증오, 분열의 행태에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언론·노동·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이 출범하면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아, 조선일보에서 해직된 언론인 모임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약칭), 조선투위는 아래와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욕이 교차하는 조선·동아의 100년사를 한 줄로 정리하면 영예로운 날들은 짧았고, 거짓과 배신으로 점철된 치욕의 세월은 길었다...
우리 현대사의 굽이마다 간교한 곡필과 거짓으로 민족과 민중을 속이고 배신해 왔음은 그들의 지면이 웅변하고 있다.
박정희가 '10월 유신'을 선포할 때도, 그가 꼭두각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종신 대통령으로 선출될 때도, 긴급조치가 선포될 때도 그들은 독재정권을 미화하기에 바빴다...
유신 독재가 무너진 뒤 등장한 전두환 일당의 이른바 신군부에 대해서도 그들은 노골적인 추파를 던졌다... 조선일보는 전두환이 전군지휘관 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추대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모든 국민이 크게 안도하고 고무되었을 것"이라고 낯 간지러운 교언영색으로 전두환을 찬양했다.
독재 권력에 대한 노골적인 찬가를 불러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들은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자들의 권익 투쟁에 대해서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거나 억지 논리를 동원해 비난했다...
그들은 사실 보도를 묵살하고 그저 침묵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면서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일에 일말의 가책도 없었다...
"압도적 행위가 부끄러운 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