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기생충, 숨겼기 때문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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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yonggeun6012)등록 2020.03.02 09:34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 만큼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아버지는 그 하나를 늘 강조하셨다. 거짓말 만큼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그러나 어릴 땐 그 말씀을 이해하지 못 했다. 거짓말이란 게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다른 것보다 거짓말을 더 하지 말라고 강조하신 건지.

지난 달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했다. 영화와 관련된 내용은 전 세계를 흔들었다. 제목이 보여주듯, '기생충'과 같은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에 위장 취업해 들어간 내용이다. 그러나 결말은 비극이다. 많은 이들이 죽고 죽었으니. 비극의 원인은 다양하다. 영화의 주 소재인 '빈부격차' 때문일 수도 있고, 기우가 지하실로 내려간 우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그것들이 아니다.
비극의 직접적인 원인은 '숨겼다'는 사실에 있었다. 문광 내외는 박사장네를 속이고 지하실에 숨어 들었고, 기택 가족도 박 사장 가족에게 진짜 정체를 숨기고 온 가족이 위장 취업했다. 그들 가족은 가난했기 때문에 '기생충'이 됐던 게 아니고, 그 집에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잠입'했기 때문에 '기생충'이 된 것이었다. 기생충은 늘 숨어 들어간다. 떳떳했다면 기생충이 아니다. 어쨌거나 숨겼기 때문에 문제의 씨앗이 심겼고, 숨겼기 때문에 문제가 터졌다. 숨겼기 때문에 비극이 발생했다.
영화 <기생충>을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한편, 온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떠들썩한 요즘이다. 특히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에서 가까운 동아시아 3국이 난리다. 그런데 각각 나라의 난리는 다르면서도 서로 닮았다.
첫째 중국. 사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사망한 리원량 의사가 최초 바이러스 위험을 경고했을 때, 중국 당국이 주의 깊게 듣고 초동 조치만 잘 했다면. 그러나 국내 분위기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당국은 그 민감한 사실을 '숨겼다.' 숨겼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조기 진압될 수 없었고, 지금과 같은 난리가 됐다. 숨겼기 때문에 터졌다.
둘째 일본. 역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가 화두다. 그 배를 일찍부터 인정하고, 초동조치를 잘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일본 당국은 그러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유력하게 추측하듯, 국가 이미지 때문이었다. 크루즈 선내 확진자를 일본 전체 통계에 집어 넣으면 국가 이미지에 좋지 않아서. 역시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숨기기 급급했다.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선내에서 불필요한 2차, 3차 감염이 쏟아졌다. 결국 마찬가지의 이유다. 숨겼기 때문에 터졌다.
그리고 한국. 그래도 범국가적으로 보면 가장 모범적이었다. 자기 나라에 대고 자화자찬을 할 수 없어도, 난리난 동아시아 3국 중엔 제일 나았다. 정부 역시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잘 드러냈다. 그런데도 터졌다. 내부 깊은 곳에서. 원인은 무엇인가. '신천지'라는 종교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순 없다. 그보다는 감염병 재난 사태에도 불구하고, '집단 행동'을 한 데에 정확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겉잡을 수 없는 확산이 신천지 특유의 '비밀 활동' 때문이라는 걸 부정할 수도 없다. 신천지는 자꾸 숨기고 비밀을 만드는 것이 그 정체성인 종교다. 당장 동선에 대한 거짓 보고와, 끊임 없이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신천지 신도가 이를 방증한다.

결국 우리 역시 중국과 일본, 영화 기생충과 마찬가지의 꼴이 됐다. 숨겼기 때문에 터졌다. 숨겼기 때문에 퍼졌다. 숨기려던 이들 때문에 난리가 났다. 이제야 오래 전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긴다. 왜 거짓말이라는 게, 남을 속이고 숨긴다는 게 그렇게 나쁘다고 하셨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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