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사춘기' 한현민, 세계가 주목하는 모델모델 한현민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영어 에듀 예능 <나의 영어사춘기>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민
20년이 지난 오늘 미디어는 전소미라는 아이돌이나 한현민이라는 모델의 출연이 상징하듯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하고 있고, 가나 출신의 오취리나 이탈리아 출신의 알베르토, 미국 출신의 타일러, 독일 출신의 다니엘 등 다양한 출신국의 사람들이 출연하는 여러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들이 늘 긍정적일 수만은 없고,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다문화 가정? 글로벌 패밀리? 그 간격
이제 '다문화'라는 용어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2007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자 법적 근거에 따라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전국적으로 생겼고, 200개가 넘는 센터들이 결혼이민자여성에 초점을 두고 한국어 공부를 지원했다. 이들이 아이들을 낳기 시작하자 자녀를 위한 방문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서툰 한국어가 아이들의 언어발달과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문가들의 발표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결혼이민자여성들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왔고, 그 과정에서 '다문화'라는 용어는 특정 이주민 그룹을 호명하는 인종차별적 용어로 고착됐다. 여러 미디어 매체에서는 특히 아시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과 이들의 자녀를 중심으로 그러한 호칭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다문화 아동', '다문화 청소년', '다문화 여성', '다문화 군인' 등으로 부르며 한국인과 다름을 범주화해 구별하는 식이었다.
'다문화'라는 호명은 가난한 아시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왕따당하는 아이들, 학습 부진으로 진학률이 낮은 학생들을 의미했고, 그들을 도와주어야 하는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으며, 서구 유럽 출신의 결혼이민자들과 구분해 위계화하고 서열화했다.
그렇게 '다문화 가정'은 '글로벌 패밀리'와 구분됐고, 미디어는 정확히 그 다름을 보여주는 콘텐츠들을 생산했다. KBS에서 시작된 <러브 인 아시아>부터 EBS의 <다문화 고부열전>까지 가난한 아시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은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시어머니와 지지고 볶고 화해하는 갈등의 원인이자 문제로 그려졌다. 반면에 TV조선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한국 여성이 해외에 거주하며 고학력, 중상층 이상의 부유한 외국인 남성과 평등한 부부관계 속에서 행복하게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