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소리>,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의 <현존>, 성서학자 김재준 박사의 <제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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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에 입사한 1970년 전후, 나는 3개의 개인잡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소리>(1970년 4월 창간),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의 <현존>(現存. 1969년 7월 창간), 성서학자 김재준 박사의 <제3일>(1970년 9월 창간)이다. 60페이지 안팎의 월간지였다.
매달 서점에 가서 이 조그만 잡지 세 권을 사들면 온 세상을 얻은 것 같았다. <씨알의 소리>를 읽으면서 박정희 권력에 맞서 싸우는 광야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안병무 박사의 <현존>을 읽으면서 그분의 삶과 생각, 신학적 견해를 접하며 늘 경이로움을 느꼈다.
관념이 아닌 땀, 구체적 사건, 현존을 강조했던 그는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고, 박정희·전두환 군부 정권에서 두 번이나 한신대 교수직에서 강제 해직 당했다. 그가 세계 신학계에 내놓은 '민중신학'은 그의 삶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그의 글과 매주 일요일의 향린교회 설교, 그의 삶을 통해 나는 성서를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신화와 도그마에 갇혀 있는 죽은 신앙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 있는 신앙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뵌 적은 없으나 글을 통해 알게 된 김재준 박사의 글을 읽으며 앞서가는 성서신학자의 치열한 정신세계와 헌신을 헤아려 볼 수 있게 되었다. 김재준 박사는 보수적인 개신교 교파 예수교 장로회에서 독립하여 진보적인 기독교 장로회(기장)를 만든 분이다.
이 세 분이 나의 삶, 나의 가치체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믿어온 개신교 근본주의 교리의 속박과 억압에서 나를 해방시켜준 이들이 바로 이 세 분 스승이다. 안병무 박사의 <민중신학 이야기>, <해방자 예수>, 그리고 김재준 박사의 <성서해설>은 지금도 자주 찾는 '고전'이다.
광야의 외치는 소리 함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