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0년 7월 27일자 뉴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문화일보
학생인권 관련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래도 요즘 학교는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물론 20년 전과 비교하면 학교의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2020년의 교실에서는 '가위 공포증'이란 말이 회자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27일 <문화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자. 당시 방학을 맞은 학생 10여 명은 '가위를 들고 달려드는 선생님이 무섭다'며 거리로 나섰다. 남학생은 스포츠형 머리, 여학생은 귀밑 3cm를 조금만 벗어나도 체벌을 당하거나 머리를 잘리거나 하는 시절이었다. 그들이 명동 한복판에서 외친 "두발규제 폐지"라는 구호는 기본적인 자유마저 억압하는 사회를 향한 절박한 호소나 다름없었다.
어디 두발 규제뿐이랴. 2000년대까지의 중·고등학교는 강제 이발, 0교시 강제 학습, 성적에 따른 우열반, 체벌과 단체 기합 등 매일같이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공간이었다. 느닷없이 이루어지는 소지품 검사와 압수, 복장 단속 또한 당시 학생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기억일 것이다.
학교나 교육청에 신고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일명 '학교에 찍혀서' 반성문을 쓰거나 심하면 징계를 당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학교에 불만이 있더라도 이야기조차 꺼내기 힘든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척박한 현실을 딛고 학교와 사회에 저항하며 청소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비로소 일상적으로 존재하던 많은 학생인권 침해들이 의미 있는 이슈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