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보도의 예시
중앙일보
세월호 참사, 검찰의 대형 정치사건 수사, 지금 진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 큰 사건이 터지면 한국 언론의 맨 얼굴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일부의 '정상적인 언론'과, 오로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증오와 비난의 정파적 보도에 몰두하는 다수의 '나쁜 언론'을 함께 보게 된다.
언론의 정상 기능을 상실한 다수의 '나쁜 언론'이 "미디어 소비자들을 비이성과 혐오와 증오에 감염시키는 숙주 노릇을 하고 있다"는 혹독한 비판을 듣게 하면서, 언론의 신뢰와 품격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한국 신문과 방송이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을, 특히 우한 거주 한국인 귀국과 관련한 보도를 어떻게 해 왔는가. 독자와 시청자들도 매일 뉴스를 접해 왔으니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을 터이지만, 보도·제작 현장의 기자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있으니, 그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KBS의 김원장 기자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고..."
"...내가 맡은 방송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을 매일 자세히 전한다. 속보가 쏟아진다. 어떻게 어디까지 전할 것인가...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고, 혐오와 분열의 목소리다. 다수가 의도적이다. TV는 우한 주민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메인 이슈로 전한다. 한 국회의원은 중국인 확진자에게 우리 세금을 써서 진료한다는 비판을 내놨다...
...어제는 모 보도채널의 앵커가 '상상을 초월할 속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멘트를 했다. 가짜뉴스보다 아마추어 보도가 훨씬 더 무섭다...
'중국인들이 관광지에 흩어져 있다'는 기사에 이어 '미세먼지에 이어 코로나도 수출하는 중국'이라는 기사가 나오더니(문제가 되자 S는 기사를 삭제했다), 급기야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찾아 갔더니 사람들이 가래침을 뱉더라는 기사가 나왔다. 우리 언론이 퇴치하려는 것은 바이러스인가, 중국인인가?
...경제기자들은 무슨 큰일이 터지면 주가를 본다 (상황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람들이 상황을 가장 냉정하게 본다). 미국의 증시나 우리 자본시장에 아직 큰 영향이 없다. 이건 분석이다. 대한의사협회가 분명하게 바이러스의 연수원 밖으로의 전파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이것도 분석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영화 '콘테이전' 수준이다. 분위기가 분석을 이긴다. 이유는 엉터리 보도때문이다.
그 보도의 이면에 혐오와 분열의 유전자가 있다. 위기를 파고든다. 진영을 대변한다. 세상에.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호주 어느 국민이 위기상황을 빠져나와 조국에 돌아온 사람들을 비난하나. 어느 언론이 이 비난하는 목소리를 마이크에 담는가. 우리는 아예 중계를 한다..."
차분하고, 담담한 사실 중심의 뉴욕타임스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