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헤어109건대 헤어109 투쟁 모습. 손님으로 위장한 용역들이 들어와 강제집행을 마무리했다. 현재 헤어109 사장은 지인의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옥바라지선교센터 페이지
사람이 강제로 쫓겨나는 현장에 다니다 보면 오래 일한 사람들의 흔적들을 종종 목격한다. 노동의 굳은살 같은 것이다.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둘렀던 궁중족발 사장은 일하면서 담배를 끊었다. 장사해야 하는데 가게를 들락날락할 수 없고, 손님 드실 족발을 썰어야 하는데 담배 피운 손으로 썰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쟁 중에도 한 대도 피우지 않았다. 속상하니 피울 만도 한데 안 피웠다. 그가 말했다. "나는 꼭 다시 장사할 거예요. 그러니까 아예 입에 대지 말아야지."
건물주가 하지도 않을 리모델링을 한다고 내쫓아 일터를 잃은 건대 헤어109 사장은 새끼손가락 손톱만 길게 기르고 있다. 섹션(머리카락을 나누어 쥐는 것)을 빨리 나눠서 손님 머리카락 자르는 시간을 줄여드리기 위해서 기르는 거라고 했다. 헤어109를 영업해 온 9년간 그렇게 기르고 다듬었다. 그가 말했다. "저는 새끼손가락으로는 코도 안 파요.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요. 손님들 머리카락이 많이 닿으니까."
30년 장사한 아현포차 이모들은 핸드폰에 단골손님 전화번호만 수백 개가 있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그 단골손님들이 결혼하고, 애 낳고, 이직하고, 손주도 본다. 그런데 그 손님들 사는 모양을 다 기억한다. 한번은 작은거인 이모 포차에 있었는데, 넥타이 부대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중 한 사람이 "이모, 한참 찾았어요. 뉴스는 봤는데 여기 계셨구나. 이모 저 애 낳은 거 기억하세요?" 했더니 이모가 말했다. "기억하지 그럼. 이제 초등학교 갔겠네." 단골손님은 맞다며 좋아했다.
합의 없이 사람을 내쫓는 일은 이렇게 오랜 시간 성실하게 일한 노동자를 부당해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물과 땅의 가치는 이 건물과 장소에서 수년간 일한 사람이 만든다. 그런데 건물주와 땅 주인은 이 가치가 온전히 자신들의 것인 줄 착각한다. 돈 주고 샀으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법은 그 생각이 맞다며 그들의 편을 든다. 일한 사람이 만든 건물과 땅의 가치를, 건물과 땅을 돈 주고 산 사람들만이 누리는 현실이 놀랍게도 합법이다.
이렇게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법에 저항하는 건 억지로 떼쓰는 게 아니다. 내 권리를 온전히 찾는 일, 기울어진 법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일, 같은 법으로 똑같이 고통받는 이웃을 구제하는 일이다. 궁중족발이 2년간 저항했기에 법이 바뀔 수 있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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