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규제 샌드박스'라는 이름의 '일단 풀고보기' 식 탈규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한민국정부
대대적 탈규제 정책으로 숙박업계의 반발이 예상되자, 정부는 이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유화책을 택했다. 앞서 언급했듯, 플랫폼 사업은 투명한 세금징수가 어려운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숙박공유의 확대로 세수입 감소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금감면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기술과 혁신이 '자해적 이데올로기'로 변질된 현실을 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산업 진흥이고, 무엇을 위한 혁신인가.
정부는 이미 개인정보법 개정, 제약 바이오 규제완화, 원격진료 허용 등을 공식화 했고, 그 밖에도 '4차산업혁명' 수식어를 앞에 붙인 탈규제 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일단 풀고 보자'는 식의 방임 정책이 가져올 '경제효과'는 잘해야 미미하거나 불확실한 반면, 이것이 시민들의 삶에 끼칠 해악은 위중하고 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이미 세계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사건이나 불량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건의 공범이다. 2014년에 신용평가사 직원이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를 빼돌려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정부 당국은 유출경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정보보안에 관해서는 열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사이버안전지수(GCI)가 2017년 13위에서 2019년 15위로 오히려 하락한 상태인데도, 정부는 '신산업을 키운다'며 개인정보 규제를 풀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규제해야 제대로 된 혁신이 나온다
'공유경제'나 '4차산업혁명'을 내세운 폴랫폼 사업의 폐해는 숙박공유, 승차공유, 데이터산업 전반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의 악화다. 돈 많은 사람들은 법적 규제, 책임, 의무를 당당히 회피한 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서민들은 근로기준법, 산업재해, 최저임금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마저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나, 우버, 타다 등 서비스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값싸고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용자가 늘수록 불평등, 환경 파괴, 고용불안정 등의 문제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이른바 '공유경제'가 지속가능성이 없는 사업으로서, 현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속 불가능성은 환경, 노동, 수익성 등 모든 면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타다의 경우, 새로 구입한 11인승 경유차를 계속 도로에 풀어놓고 있으며, 내년에는 현재의 10배 가까운 1만대로 늘린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미 복잡한 도로에 추가로 진입한 덩치 큰 승합차들이 도로정체와 미세먼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택시보다 큰 면적을 차지하고, 배기량도 큰 차로 소수의 승객을 태우면서도 이재웅 대표는 '효율'과 '환경문제 해결'을 자처한다. 승차공유가 자동차 소유를 줄이지 못하며, 자가용을 운행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는데 말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재웅 대표가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에 택시는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로 인해 택시의 경쟁력이 사라진다면, 역시 기사를 쓰는 타다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직접고용을 거부한 채 '개인사업자'로 기사를 '파견'받아 쓰는 비정규직화가 미래시대의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때론 규제가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