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꼭 모셔야 할까요?

제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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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홍(inalover)등록 2019.12.10 14:52
오래전 어머니를 떠나보내신 아버지는 원래 안좋으신몸이 더 불편하게 되셨지만 그래도 의식은 멀쩡하셨다. 때문에 제사의 제관은 아버지가 되시고, 제문도 아내에게 바치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일가 친척들도 어머니의 제사에는 종종 오시기도 하셨고, 때문에 나와 마나님은 이전의 어머니의 제사상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남들이 뭐라 하는거야 신경 쓰지 않지만 적어도 아버지께서 마음에 드시게 해드릴수 있는게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버지는 요양병원에서 나오시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와 마나님은 원래의 그 제사상을 고수했다.

이전에 모 신문에서 차례상 자기가 직접 차려봤다는 소설기사가 화제였지만, 거기서 말하는 7만2천원으론 상차림 어림도 없다. 이전에는 20만원선에서 어찌어찌했었지만 지금은 30만원 가까이 부어야 그럴듯한 제사상이 나온다.
 

명절제사상 조부모님과 어머니 모두를 뫼신 명절 제사상 ⓒ 배기홍

 
가끔 명절때마다 TV에서 이번 명절에 얼마면 제사상을 차릴 수 있다는 뉴스가 종종 보이지만 그럴때마다 그 기자에게 그 돈을 줄테니 차려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마지막 조부모 제사상을 차려드릴때 아버지는 의식을 찾지 못하셨고, 4주 뒤 아버지는 부모님과 아내를 찾아 떠나셨다.

어머니는 맏며느리셨기에 제사라면 질려하셨다. 한해에 명절을 제외하고도 모시는 제사가 수두룩 했기에 우리집은 제사뒤에 남는 음식으로 만드는 짬찌개(남는 제사 음식 모두를 넣고 끓인 찌개)를 먹는게 부지기수였었다. 때문에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제사를 넘겨줄때 가능하면 줄여서 줘야 하신다면서 친척들과 사투를 벌이시고 결국 조부모 제사 한번만 넘겨주셨었다.

하지만 제사를 모실때 비용도 비용이지만 준비를 위해서는 적어도 전날 부산을 가서 음식을 시작해야 다음날 그럴듯한 제사상을 차릴 수 있었다. 때문에 나와 마나님은 이틀은 휴가를 내야 했다. 때문에 누님들께도 평소에 늘 이야기했지만 이후 상차림은 내 마음대로 하겠노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누님들께서는 아버지가 떠나시면  마음대로 하라고 이해해 주셨다.

제사를 없애야 하느니 안모시니 어쩌고 말이 많은데..

어차피 제사라는건 유교적 사상 때문에 소위 대갓댁 양반님네들이 조상을 모시니 어쩌니 하던걸 지금에 와서는 모두가 거창하게 차려야 한다고 되어버린거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쓸데 없이 거창하게 차리는건 허례허식이 맞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종교적 이유때문에 제사를 모시기 싫다는건 순전히 종교를 핑계로 제사를 안모시겠다는 소리로만 들리는건 그냥 내 생각일뿐이다.

그러나, 부모님 밥상 한번 차려드리는게 그렇게 싫을까?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까지만 해도 그렇다쳐도 자기 부모님 밥한끼 드리고 잘 지내고 있다고 절한번 드리는게 그렇게 싫은지는 의문이다.

원래는 제사상을 차리고 거기서 다른곳으로 모시겠습니다하고 고하고 다른곳에서 모시는게 옛풍습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부산에서 아버지집 처분전에 마지막으로 모신 설명절에서 이후에는 제사밥 드시러 제주로 오세요라고 고했다.

이후 마나님께도 제사상 따로 차릴 필요 없고, 그냥 평소 좋아하시던걸로 저녁에 차려드리자고 말씀드렸다. 마나님은 당연히 좋아하신다. 

우선 상한선을 정했다. 모든걸 10만원선에서 해결하자는거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쓸데없는거 올릴필요 없이 평소 어르신들이 좋아하신건거를 올려드리자는거다. 어차피 잘 먹지도 않는 음식들 해봐야 둘이서 다 먹어치우지도 못할거고 그냥 조촐하니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이나 대접하자는게 우리의 목적이었다.

뭐 날고기는 안되고 마늘이 들어가면 안되고 어쩌는 소리는 닥치라고 해주고 싶다.

뭔 상관인가? 어느게 정설인지도 모르는 법도들과 좋아하시던 음식을 드리고 싶은 내맘이 우선이지.
 

어머니 제사상 평소 어머니가 즐겨하시던 음식과 꽃으로 차린 제사상 ⓒ 배기홍

 
어머니께서는 회를 즐겨 드시고, 과일과 꽃을 좋아하셨다. 
신위도 따로 쓸 필요도 없고, 보고싶은 어머니 사진들을 자동 재생하게 해놨다. 내 마음대로 밥 한끼 차려드린다고 하니 친한 동생들이 한마디씩 하는중에 탕국은 어떻게 할거냐는거다. 뭔 소리냐, 회를 드리면 매운탕을 올려드리면 되지. 마나님이 키운 상추와 깻잎들, 얻어온 제철 두릎. 이정도면 좋아하지 않으실까?

제사를 모셔야 하는지, 모시기 싫은거라던지,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딱 한가지만 생각하면 될것 같다.

바쁜 나날이어도 적어도 하루는 그 분들이 좋아하시던 음식을 가족과 같이 먹으면서 그 분들을 그리워 하는 날을 가지는게 좋지 않을까? 굳이 형식과 격식을 차리지 않고 그냥 밥 한그릇 더 놓고 부모님과 같이 식사한다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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