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에겐 '당나귀 귀'라도 있는가?

[정보공개청구로 알아본] 대책없는 원희룡식 아전인수 소통의 실태

검토 완료

(사)제주참여환경연대(jspsep1991)등록 2019.11.07 19:21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출연중인 예능 프로그램 ⓒ KBS2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올 들어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아성찰 프로젝트라는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하고 있다.

당신의 갑갑함을 풀어드린다는 프로그램 취지가 무색하게, 원희룡 도지사의 해당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도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차기 행보에 대한 준비다", "제주도는 버렸다", "서울로 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하면, 제2공항·비자림로·동물테마파크·송악산 개발 등 각종 갈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제주의 상황을 고려하면, 도정에 더욱 집중해 갈등 조율에 나서야할 지사가 꼭 예능프로에 출연해야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도 적지 않다.
 

입맛에 맞지 않는 82%의 의견은 '기타'?

이러한 근본적 문제제기가 일견 타당한 것은 원 도정이 도민 기만을 넘어선 아전인수 소통으로 지역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만 보아도 그렇다. 접수된 의견 총 465건 중 도정의 입맛에 맞는 의견만을 수렴하여 발표하고, 전체의 82%인 381건의 의견은 '기타'로 처리하여 묵살하였다. 제2공항 건설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단지 도정에겐 '기타'의견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반면 보상 대책 마련이나 생활 기반 시설 마련에 대한 의견은 각각 19건, 13건에 불과했지만, 해당 내용이 전부라는 듯 발표한 제주도정의 태도는 제주도민들을 아연실색케 할 만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공항확충지원본부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 의 소통 실태

그러나, 이러한 원 도정의 아전인수 행정은 「제주특별자치도 공항확충지원본부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의 지난 4년 간 소통 결과물과 보도자료 은폐 의혹을 본다면, 단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11월 10일, 하루아침에 깜짝 발표된 성산지역 제2공항 건설사업.

이에 주민들이 반발하자 제주도는 2016년 3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공항확충지원본부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이하 '특별사무소') 개설 운영을 알리며, 신뢰소통·정보소통·무한소통의 원칙 아래, 특별사무소의 활동 계획과 역할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였다.
 
1. 주민 개인별 민원.소통면담서인 '소통록 작성'
2. 가구 대상, 도정과 주민이 '同行'하는 '무제한 호별방문' 실시
3. 주민 개별 맞춤형 '전문상담' 지원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 개설 보도자료 특별사무소의 원칙과 계획 및 역할을 담은 보도자료 내용 일부 ⓒ 제주특별자치도

 
 

그렇다면, 2016년 3월 개설 이래 특별사무소는 무한소통의 원칙 아래,
계획과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던 것일까?

 

(사)제주참여환경연대는 특별사무소 출범 이후, 활동 계획과 역할에 따른 소통 결과(2016.3-2019년 현재)를 정보공개 청구하여 확인하였다.

그 결과, 2번 항에 해당하는 무제한 호별방문실적은 약 4년의 기간 동안 단 1건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소통면담서인 소통록 내용이라며 공개한 엑셀파일에는 "제2공항 추진필요", "제2공항 반대 피력"과 같은 한줄 정리가 전부였다.
 
 

소통록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가 주민면담서인 <소통록>이라 밝힌 자료 ⓒ (사)제주참여환경연대

 


이것이 과연 소통록의 전부인 것일까?
 
그럴 리 없다고, 소통록이라면 문서로 존재하지 않을 리 없다고, 한 줄짜리 개괄내용이 소통록의 전부일리 없다고 판단 후, 정보공개 재청구를 통해 엑셀파일로 정리한 내용이 아닌, 문서로 작성된 소통록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기 공개한 엑셀파일 外 문서, 도면, 사진, 필름, 테이프, 슬라이드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매체 등에 기록된 소통록 부재", 즉 한줄 한줄 개괄 정리된 내용이 제주도정이 이야기한 주민과의 신뢰소통·정보소통·무한소통의 실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문서로 존재하는 소통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제주도의 답변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은 제주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제주도는 특별사무소 개설 초기 내용을 실은 블로그에 <소통록 문서 사진>을 버젓이 게시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제주도정은 소통록이 존재하는데도 은폐하고 있거나, 소통 생생만 내고 정책에 반영할 의지는 없었기에 받은 의견들을 엑셀 한줄에 기록해 놓았을 뿐 그 외에 기록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밖에 없다.

  

제주도 블로그 2016. 1. 15 제주도 블로그에 소개된 <소통록> 문서 이미지 ⓒ 제주특별자치도

    특별사무소 출범 초기, 열심히 소통하겠다던 그 패기는 집어치워 버리고, 소통록을 은폐하는 것에 더해 4년 간 14명의 직원이 소통했다는 내용이 고작 엑셀파일 한줄 정리 뿐이었던 것인가.

이는 결국, 몇 차례 소통을 했다는 계량적 통계로
도민사회를 눈속임하려는 아전인수식 거짓 소통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사)제주참여환경연대가 특별사무소의 계획과 역할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시작하자, 제주도는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던 해당 보도자료 내용을 '삭제'조치 하였다.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 보도자료 문제 제기 이후, 페이지 자체를 삭제조치한 제주도 ⓒ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도자료를 삭제하면,
특별사무소의 계획과 역할 또한 삭제되는 것인가?
원희룡 도정은 언제까지 눈가리고 아웅식 은폐와 기만을 일삼으며
도민사회를 갈등 속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원희룡 지사에게 '당나귀 귀'라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제주도민이 바라보는 도지사의 행보엔 '귀'조차 보이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사)제주참여환경연대는 1991년 시작된 제주의 시민단체로 참여자치, 환경보전, 도민 삶의 질 향상을 모토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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