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오후 국내 8번째로 ASF가 확진된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한 양돈농장에서 포클레인이 살처분 작업을 위해 땅을 파고 있다. 2019.9.27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추가 발병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인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 재앙은 계속 현재 진행중이며, 사람들은 이 재앙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병에 대해서도 여느 사건처럼 '왜 초기에 막지 못했는가'에 대한 비판이 많다. 왜 이러한 재앙들은 사전에, 초기에 막지 못하는 것일까?
'선제적인 대응', 말은 쉽지만...
ASF가 지난 다른 돼지 전염병과 다른 점은 치사율이 매우 높으며, 백신이 없고, 토착화되면 돼지를 키울 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잠복기가 끝나고 증상이 발현한 후 20시간 정도 이내에 돼지가 죽어버리는 빠른 치사 속도 또한 대응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더군다나 ASF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환경저항성이 매우 강한 점도 문제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도 오래 생존하며, 80도 이상으로 30분 이상 가열해야 죽을 정도로 생존력이 높기에 오래 상존하며 돼지들을 감염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 특성 때문에 ASF는 다른 돼지 전염병보다 훨씬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돼지는 임신기간이 115일 정도다. 도축을 하는 일반적인 사이즈인 115kg의 규격돈으로 키우는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190일로, 상품성을 가진 수준으로 키우려면 총 300여일이 걸린다. 여기에 보통 모돈 1마리당 8~11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기에 산술 계산으로 해보더라도 300일이면 돼지의 수가 8배 이상 늘어난다. 따라서 돼지 전염병이 휩쓸고 가더라도 방역에 성공하여 피해를 제한하면 남은 돼지들로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ASF의 경우는 자연 상태에서의 생존력이 높기에 당장 감염된 돼지들을 살처분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다른 돼지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결국 선택지는 감염지 인근의 돼지들을 전부 처분하는 것 밖에 없다. 거대 산불이 더 크게 번지기 전에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 탈 거리를 없애는 방식으로 산불 진화를 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이 정도로 강력한 전염병이기에 다른 나라에서 한참 확산 중일때부터 이 ASF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전문가와 돼지농가의 목소리는 많았다. ASF의 주요 감염경로로 ASF에 감염된 멧돼지들이 지역을 이동하며 전파하는 것과 잔반 사료로 인한 감염을 들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감염 경로를 틀어막고자 잔반사료에 대한 전면적 금지와 멧돼지의 포살에 대한 요청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선제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잔반사료를 쓰는 돼지 두수는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이 1%의 돼지가 전체 음식물쓰레기의 11%를 처리하고 있기에 잔반사료를 금지하는 순간 11%의 음식물쓰레기를 추가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멧돼지는 야생동물로 생태계의 일부이기에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과도 충돌하여, 포살에 매우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결국 주요 감염 경로의 두 채널은 계속 열려 있었고 지금은 어떠한 방식으로 국내에 유입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지금의 ASF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리스크를 인지하고 사전에 대비하자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한 주장이고 매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고 실천하는 것은 언제나 별개의 이야기다. 왜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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