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중앙 무대에서 남녀 댄스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막걸리학교
막걸리 축제를 야외 광장에서 진행하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바람이 불면 천막이 날아갈까, 비가 오면 사람이 오지 않을까, 주최 측은 고민이 많다. 이번 축제에 앞서 경기북부 지방에 돼지전염병이 돌아 취소되는 축제가 있었는데, 그래도 가평 자라섬 축제장은 농가와 떨어져 있고 물길로 둘러싸인 유원지라서 취소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비가 많이 와서 소방 호스로 빗물을 빼내느라 고생했는데, 올해는 태풍 17호 타파의 영향권에 들어 마지막 날엔 폐막식도 치르지 못하고 서둘러 마쳐야 했다.
태풍을 피하고 추석을 피해서 10월에 행사를 잡으면, 큼지막한 축제들이 많아 축제장 잡기도 어렵고 축제끼리 경합이 되어 홍보에 더 열을 올려야 한다. 제1회 축제 때는 10월 29일에 행사를 시작했는데, 강변이라서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 막걸리 맛보기가 어려웠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 대형 천막을 치고 행사를 했지만 천막 안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천막 밖의 행사는 겉돌았다. 그렇다고 독일 옥토버페스트처럼 대형 천막을 여러 동 치자니, 천막 한 동 치고 무대까지 설치하면 1억 원 가까이 들어가니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2회 대회는 10월 7일, 3회 대회는 9월 1일, 4회 대회는 10월 5일에 시작했는데 올해는 막걸리협회에서 택한 날이 추석 다음 주로 잡혔다. 해마다 축제 날이 옮겨다니고 내년엔 언제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축제가 아직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막걸리 축제장에 모인 양조장 31군데를 보면서, 막걸리 축제의 성향을 읽을 수 있었다. 가평 축제가 전국 규모라고는 하지만, 막걸리는 지역 성향이 강한지라 인천에서 춘천까지 수도권과 수평으로 연결된 지역의 양조장들, 인천 소성주, 김포금쌀 막걸리, 서울탁주 인생 막걸리, 포천 공동 브랜드 막걸리, 가평 잣막걸리, 지평 막걸리, 춘천 왕수 막걸리 들이 참여한 게 눈에 띄었다.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있어서,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역 한정으로 생막걸리를 파는 양조장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까지 술을 보내지 않는 경남이나 전남 지역의 양조장들은 가평 축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따져보면 막걸리 축제는 전국을 고집하지 말고, 지역마다 진행되는 게 그 기질에 어울린다고 하겠다.
이번 축제장에서는 차별화된 술을 빚어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양조장들의 전략도 눈에 띄었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을 원료로 하고 밀누룩이나 쌀누룩을 발효제로 삼아 빚는다. 주재료가 쌀과 밀이다. 그런데 지역 특산물을 부재료로 넣어 수도권이나 전국 규모 시장을 공략하면서 축제장에도 나온 술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술이 고소하고 달콤한 맛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는 알밤 막걸리다. 축제장에는 알밤 막걸리 외에도 곤드레 나물 막걸리, 야콘 막걸리, 지장수 막걸리, 백련잎 막걸리, 유산균 막걸리, 홍국쌀 막걸리, 토마토 막걸리, 산삼 막걸리, 산수유 막걸리, 모시잎 막걸리, 고구마 막걸리, 잣 막걸리, 오미자 막걸리가 나와 있었다. 막걸리가 부재료를 통해서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역 주민의 지지, 축제 성공의 한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