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 베제클리크 석굴 전경
김기동
그런데 그후 19세기 유럽, 러시아, 일본 장사꾼이 와서 모래를 파헤쳐 벽화를 떼간 것이다. 그러니까 이곳 불교 벽화는 이데올로기, 종교가 바뀌어도 무사했는데 돈 버는 장사꾼에 의해 토막 나서 팔려나간 것이다. 역시 돈이 이데올로기, 종교보다 강하다.
별로 볼 것도 없는데 입장료를 받아 미안해서인지, 벽화가 있던 자리에는 유럽과 일본에서 떼어간 벽화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사진을 보니 벽화는 하나도 손상되지 않고 완벽한 상태 그대로였다. 물론 독일 사람이 가져간 벽화는 제2차 세계대전 때 공습으로 사라졌지만.
사진 아래에는 도둑맞은 이 벽화가 현재 보관되고 있는 나라와 장소에 대한 설명문이 있다. 놀랍게도 인도와 한국 박물관에도 베제클리크 천불동 사원 벽화가 보관돼 있다는 설명이 보인다. 인도에는 영국 장사꾼이 떼간 벽화가, 한국에는 일본 장사꾼이 떼간 벽화가 보관돼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중국 신장 투루판 베제클리크 불교 벽화를 떼어간 일본 장사꾼이 한국 광산 채굴권을 얻으려고 조선총독부 대장에게 뇌물로 벽화를 주었단다. 그래서 중국 투루판의 천불동 벽화가 조선 땅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마 일본이 패망한 후에 정신없이 몸만 일본으로 도망가느라 미처 가지고 가지 못해 한국에 남겨진 듯하다.
엄밀하게 따지면 현재 한국에 있는 베제클리크 불교 벽화는 '장물'이다. 일본 장사꾼이 중국 신장 투루판에서 돈을 주고 벽화를 떼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랬을리 만무하다. 직접 강도질을 해서 가지고 간 나라는 독일, 러시아, 일본인데, 그렇게 강도질한 물건 중 일부는 지금 인도와 한국에 있는 것이다. 역시 돈은 이데올로기나 종교보다 강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