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대응,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할 때

서울대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AIEES) 소장 윤순진 교수를 만나다

검토 완료

김승현(willden)등록 2019.08.05 13:35
우리 사회가 올바른 환경에너지 정책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회 참여 활동과 함께 꾸준한 관련 연구를 해오고 있는 윤순진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 전기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들어보았다. 환경사회학에 기초하여,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화, 환경인식 차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윤 교수는 특히 에너지 정책, 기후변화 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AIEES)의 소장을 맡고 있다.
기후변화를 생각했을 때, 우리는 이에 관심을 가지고 합당한 에너지 정책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은 물론 제품에 대해서도 경제투표를 한다는 생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보통 사람들은 '에너지'라고 하면 전기를 많이 떠올립니다. 실제 무엇을 에너지라고 하나요?
A.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에너지는 전기, 휘발유, 경유, LPG 같은 자동차용 연료, 집에서 취사를 하거나 난방을 하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전기, 열, 연료로 크게 나눌 수 있죠. 소비자가 사용하는 이런 형태의 에너지를 최종에너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같은 자연상태 그대로의 에너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1차 에너지라 부르는데 이런 1차 에너지로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생산합니다.
 
Q. 우리나라 전기 소비량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는 통계를 봤습니다.
A. 우리나라의 소비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산업부문 소비가 굉장히 많은 나라입니다. 전체 전력 소비에서 산업부문은 약 55%를 차지하고, 가정부문은 13.5% 정도이죠.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 국가입니다. 국제시장에서 산업 경쟁력이 있어야 되는데 생산비의 하나로 에너지 비용, 전기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낮게 유지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에서 산업 부문의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해 왔습니다.

 

전기판매량 추이 2013-2017 전기판매량 추이 2013-2017 (출처:한국전력통계) ⓒ 한국전력통계

  
   사실, 우리나라 가정 부문 소비량은 1,342kW로 다른 나라에 보다 크지 않습니다. 영국하고 독일보다도 낮죠. 심지어 미국은 가정 부문에서 우리보다 3배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상업과 공공부문에서 전기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여름엔 너무 시원하고 겨울엔 너무 따뜻하죠. 거기다, 갈수록 많은 건물들에서 난방을 전기로 하기 때문에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화석연료의 경우 열에너지의 1/3 정도만이 전기로 전환됩니다. 그런데 이 전기를 다시 열에너지로 전환하면 이 또한 효율이 1/3정도 밖에 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전기는 생산해서 송배전 과정을 거치는 동안 또 손실이 생깁니다. 결국 100 정도의 에너지를 10도 안되게 쓴다는 이야기인데,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인 거죠. 이런 전기를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서 생산해서 생산지에서 소비한다면 손실이 별로 발생하지 않지만, 소비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규모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이용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Q. 기후변화는 에너지 문제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전기로 대표되는 에너지는 현대문명에서 없어서는 안될 요소가 되었습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고는 하지만, 이 사회 자체가 에너지 의존적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A. 필요한 에너지를 무엇으로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전기 이용 방식은 원자력이나 석탄과 같은 대규모 발전시설에 의존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설들은 소수의 지역에 입지해 있어서 그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원거리 송전을 통하여 도시로 끌고와 소비하는 방식이지요. 이로 인해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발전시설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파괴, 사고 위험, 지역의 경제적인 가치 하락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저항이 있고 또 송전선 건설로 경과지 주변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유재산권 침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주민저항 등 다양한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발전시설이 내 눈 앞에서 보이지 않고 벽에 있는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서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나에게 왔는지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전기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나에게는 당연히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요.
" 전기가 발명된 것은 불과 백년입니다.
  우리는 전기가 당연히 있었던 것처럼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우리에게 오는지
  지나치게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기가 발명이 된 것은 인간 역사에서 아주 짧은 기간입니다. 1800년대 말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디슨이 일종의 발명을 한 거지요. 그 전에는 자연상태의 번개 등을 통해 전기적인 속성은 알았지만 그렇게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을 몰랐고 전기를 만들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전기는 사람들에게 마치 마술적인 힘처럼 느껴졌죠. 그런 와중에 에디슨이 전기에너지를 직접 만들어서 전구를 밝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내게 된 거죠. 그리고 에디슨의 조수였던 테슬라가 또 다른 성질의 전기를 발명합니다. 지금 우리가 잘 아는 '테슬라'라는 전기자동차 회사의 이름이 그 분의 이름입니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는 직류전기였고, 테슬라가 발명한 전기는 교류전기였죠.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이 바로 교류 전기입니다.
 
Q. 우리나라의 전기 요금이 비싸다는 의견들도 많이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와 비교해서도 그렇구요.
A. 가정용에만 누진요금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편에 들어갑니다. 산업용보다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습니다. 이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산업용 전력은 가정용에 비해 고압전기를 그대로 송전하면 되기 때문에 전기요금 원가가 가정용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산업용 전기요금은 사실 가정용보다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는 OECD 평균보다 약간 낮은 94.3% 수준입니다. 거기에 비해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E국가들보다 73.7%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산업용 전기요금은 꾸준히 인상되어 현재 발전원가에 상당한 수준으로 요금을 내고 있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은 발전 원가의 70%정도 밖에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 더 낮은 나라는 멕시코와 캐나다, 노르웨이 밖에 없습니다. 우리보다 선진국인 노르웨이가 더 싼 이유는 빙하에서 녹은 물로 일년 내내 수력발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OECD 주요국가 주택용 전기요금 비교 OECD 주요국가 주택용 전기요금 비교 (IEA, 2016 기준) ⓒ IEA

 

   2018년 가구당 평균 월지출액이 약 254만 원이었습니다. 이 중 전기는 평균 285kW를 썼고 요금은 평균 41,190원을 냈습니다. 근데 교통비로는 34만 8천원을 내고 통신비로는 13만 4천원을 지출했어요. 통신비로 13만 4천원을 내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휴대전화 충전뿐만 아니라 우리가 쓰고 있는 다양한 가전제품들, 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등 모든 전기를 사용하면서, 4만 1천 원을 내면서 비싸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 모든 편리를 누리면서도 전기요금 비중은 월 지출에서 불과 1.6%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정도를 비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에 해외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전기 사용으로 인한 환경 사회 비용을 반영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죠.
   심지어 전기요금 누진제가 6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은 더 인하되었습니다. 그 결과, 작년 전기 소비량은 6.3%가 늘었지요. 물론 작년에 폭염이 심해서 냉방수요가 늘어난 점도 있지만 누진제 개편에 따른 전기요금 인하 효과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어요. 모든 부문의 총 전력 소비량은 3.6%가 늘었는데, 가정용 전기소비량은 이보다 다른 부문에 비해 2.7%포인트 더 늘어났습니다.
 
Q.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시는군요.
A. 지금 같은 방식은 문제가 너무 많아요. 계절과 시간에 따라 요금을 달리 하는 계시별 요금제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계절과 시간에 따라서 요금을 달리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수요가 많을 때는 가격이 올라가서, 전기요금을 아끼려는 사람들은 그 시간을 피해 다림질, 빨래 등 전기가 많이 드는 일을 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생활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일본 키타큐슈를 방문했을 때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라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었있습니다. 전기 사용이 가장 많은 오후 2시~4시에는 가격을 높이 책정했는데, 그 결과 주부들이 집안에 있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가거나 문화시설을 가는 등 생활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병원 같은 곳에서는 아예 태양광을 설치해서 자기들이 전기를 만들어서 씁니다. 왜냐하면 병원은 전기요금이 높은 시간대라도 전기를 쓸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직접 생산해서 쓰는 게 요금을 주고 사는 것보다는 싸기 때문이죠. 전기요금이 올라가게 되면 사람들은 올라간 가격이 신호가 되어 아끼게 되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Q. 말씀을 들으니,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한전이 여러 가지로 비난을 받고 있어 요금을 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A. 그 전에 우리가 알아야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전기에 대해 내고 있는 돈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라는 상품에 대해서 사용한 만큼 내는 요금입니다. 세금이 아닙니다.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세가 아니라, 수도요금입니다. 일반국민들이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에는 세금이 거의 붙지 않습니다. 일반 상품에 부가되는 부가가치세와 준조세격의 전력산업기반기금 3.7%만 들어가 있을 뿐입니다.
   제가 전기요금을 올리자고 말하는 것은 한전을 위한 요금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에 사회환경비용과 사회갈등비용을 세금으로 부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는 전기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미세먼지 배출 등에 대한 충분히 사회환경비용과 사회갈등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비용은 바로 세금이 되고, 세금은 한전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 들어가서 환경을 회복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 돈을 쓸 수 있게 됩니다.
   해외의 예를 들자면, 덴마크는 전기요금의 59%가, 독일은 51%가 세금입니다. 그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증설, 송전망 건설 등에 지원하고 있지요.
 
Q. 하지만, 세금이 부가되어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면 부담이 되긴 할 것 같습니다.
A.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소비량이 외국에 비해 적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충분히 더 줄일 여지가 많습니다. 그리고 외국이 우리보다 소비량이 큰 이유는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아직 가정에서 난방과 취사를 도시가스로 하는 경우가 많고, 외출을 좀 많이 하는 편이죠. 거기다 늦은 귀가, 1인 가구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줄일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겨울에 집안에서 반팔 옷을 입고 살면서, 그걸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들도 있지요. 비정상인데 말이죠. 전기요금이 너무 싸니까 발생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만약 전기요금이 비쌌다면, 초기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단열에 신경을 쓰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너무 싸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단열에 신경 쓴다든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입한다는가 좀 더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하지 않게 되는 거죠.
 
Q. 전기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민영화될 경우, 전기요금이 더 비싸질 거라는 의견이 강합니다.
A. 지금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효율적 운영으로 인해 싼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가격을 억제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전기가 민영화되면, 그동안 억제되었던 가격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 민영화보다는 지자체에 의한 운영, 에너지협동조합 방식에 의한 운영 등이 이야기되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력시장에 보다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해서 경쟁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Q.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우리의 습관을 바꾸는 것과 함께 제도와 법이 개편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A. 네,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도와 법을 정비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실천하고 이를 확산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금 서울의 경우 에너지 자립마을이 이미 100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적극성은 놀랍습니다. 에너지자립마을에 계시는 분들은 열심히 전기소비 아끼고 집안의 등을 LED로 교체하고 미니태양광 달고 돈 모아서 협동조합 만들고 또 펀드 상품 나오면 투자하고 이렇게 하죠.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미니태양광은 정부, 지자체가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국민청원에 올라온 케이스를 보니, 태양광 지원사업을 통해 시설 허가를 받고 설치했는데 다른 부서에서는 불법이라고 해서 이에 대한 벌금이 매겨진 케이스가 올라왔더군요. 제도 정비가 미흡한 면도 있어 보였습니다.
A. 아직 있을 겁니다. 지금 대부분의 법들은 예전에 대규모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 만들어졌고, 그것이 잘 굴러 가도록 만들어진 법제도가 대부분이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중시하고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법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우리가 가정에서 전기요금을 절감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A. 제 사례로 말씀드리죠. 저희 집은 같은 평수의 단지 내 아파트 평균 사용량 대비 60% 수준입니다. 우선 250W짜리 태양광 패널 2개를 베란다에 설치했고, 가전제품 사용시 모두 멀티탭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집에서 TV 셋탑박스가 굉장히 전기를 많이 먹는데, 그 셋탑박스를 TV를 볼 때만 켭니다. 이 경우 셋탑박스 스위치를 켜고 티비로 연결되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데까지 보통 1~2분 정도 걸립니다. 좀 귀찮아 보일 수 있지만, 저희는 습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으례히 기다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죠. 저희는 비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예 플러그를 뽑아뒀어요. 필요할 때가 있으면 그 때만 사용합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은 굉장히 많이 있어요.
 
Q. 전기로 대표되는 에너지를 얘기하다 보면,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A. 기후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국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는 이유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라가면서 북극과 적도 지역의 온도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바람의 양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하여 대기가 정체되게 되죠. 똑같은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해도 바람이 많아서 대기를 이동시키면 오염물질이 쓸려 나가게 되죠. 그런데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들어도 대기가 계속 정체해 있으면, 오염물질이 우리 옆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더 심각해지죠. 또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미세먼지가 비에 씻겨 나갈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 거죠.
   보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전염병이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해외 여행 등 이동이 많아지면서, 병원균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커졌지만, 예전에는 온도차로 살아남지 못했던 병원균의 생존가능성이 온난화로 커졌습니다. 더구나 도시화로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한 지역에 몰려 살고 있기 때문에, 병원균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또, 폭염이 빈번해지면서 열파*로 인한 사망도 늘어나게 됩니다.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폭염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에어컨을 갖고 있지 못한 데다, 부실 가옥에서 살기 때문에 똑같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우라도 냉방의 정도가 다르니까요. 물론 똑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도 없지만요. 홍수로 인한 가옥 침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침수문제를 앎에도 불구하고 지불 능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환경으로 내몰립니다.
" 에너지의 과다한 사용의 결과로 빚어진
  기후변화는 우리사회에 미세먼지의 심화, 
  메르스의 빠른 확산, 가뭄으로 인한 자살자 등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지요.
  우리는 지금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현세대 안에서도 에너지 소비량에 따라 책임의 정도가 다르고 처한 상황에 따라 기후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나 취약성이 달라서 불평등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미래세대도 생각해야 하고 다른 생명체들도 생각해야 합니다. 미래세대와 다른 생명체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무슨 책임이 있습니까? 에너지는 다 현 시대의 인류가 썼는데 말이죠.
 
Q. 최재천 교수님의 강의 중에 황금개구리를 본인이 관찰하러 가셨다가 10년 사이에 멸종했다는 것에, 정말 가슴이 미어지신다고 하시더군요. 우리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사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A. 작년 8월 영국에서 멸종저항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져서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며 급진적인 방식의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라는 종 자체의 멸종, 또 다른 생물종의 멸종 우려 때문이지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이라고 부릅니다. 인류가 예전에는 지구시스템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였지만 이제는 인간의 사회경제활동 특히 에너지 소비활동이 너무나 심각해서 기후 시스템을 바꿔버린 거지요. 그 결과로 인간은 물론 다른 생명들의 멸종까지도 부를 수 있게 된 상황이 되어버렸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해외 동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해외 SNS를 보면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열정이 뜨겁습니다.
A. 미국이 비록 파리협정을 탈퇴했지만, 주정부들에서는 훨씬 더 열심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북동부 10개주들이 연합해서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주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의 경우 캘리포니아가 제일 먼저 도입한 이후 현재 11개주가 참여하고 있죠. 중국도 올해부터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판매사들이 10%는 의무적으로 친환경차를 팔아야 하죠. 유럽은 탄소배출량을 2021년까지 주행거리 km당 95g, 2030년까지 62g까지 낮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내연자동차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서, 전기차로 가는 거지요.
   지금 전 세계가 바뀌고 있습니다. 해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RE100**을 결성했고, 여기에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BMW 등 굵직굵직한 세계적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이 자기들만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 부품조달업체에도 동일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죠. 우리나라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기업도 요구받았는데, 국내 환경 상 이를 맞출 수 없어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지어 납품하고 있죠. 그 결과 우리나라에 생길 수 있던 일자리가 안 생기는 거죠.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것의 하나가 일자리 창출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어지는 거죠. 이건 우리에겐 정말 심각한 문제예요.
 

덴마크의 해상 풍력발전소 전경 덴마크의 해상 풍력발전소 전경 ⓒ 김승현

 

 
Q. 우리 사회에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런 문제들을 개선한다고 봤을 때, 가장 먼저 개선한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교육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공짜가 아니며,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지, 또 환경파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정보를 공유하고 알려줘서 바람직한 방식으로 실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의 한 다큐 내용 중 '후쿠시마 사고 전에는 내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뭘로 만들어져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내게 오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던 그 말을 우리도 기억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기는 그냥 주어졌기 때문에 너무 당연한 것이죠. 그냥 요금 고지서 날라오면 돈만 내면 되는 걸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에너지가 야기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어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잘 가르치지 않아요. 쓰레기 문제도 상당 부분이 에너지 문제이고, 기후변화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있어요. 전기에 대해서도 발전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사는 지역에 발전소가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아무런 감각이 없는 거죠.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는 어디에 발전소가 얼마나 있고, 그 전기를 뭘로 생산해서 어떤 경로로 집까지 오는지 모두 가르칩니다. 우리도 그런 교육을 해야 에너지에 대한 민감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에 '영농형 태양광'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아래쪽에는 곡물을 재배하고, 위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달아 전기농사를 짓는 거지요. 이런 방법들은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에 새로운 소득의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건물의 조명들도 이제는 빛을 감지하는 조도센서와 연결해 낮에는 태양이 있으면 사람이 있어도 불이 안 켜지는 등 기술적인 적용도 필요합니다. 이런 에너지 절감을 위한 기술들은 사실 블루오션이죠.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줄일 수 있는 에너지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러려면 젊은 청년들이 이런 분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전기요금이 일정 수준 올라와야 효율적인 제품에 투자했을 때 자금회수 기간이 짧아져서 그쪽에 투자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금이 낮을 때는 내가 아무리 줄여도 그게 주는 이익이 두드려져 보이지 않아요. 변화의 폭이 적기 때문에 하지 않으려는 거죠. 그래서 요금이 굉장한 중요한 신호가 되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가 꼭 실천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A. 우리나라는 지금 에너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이란 정책 방향은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하는 시의적절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선 이를 정치화하려는 움직임이 많습니다. 이것은 정치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절대 정치화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이런 접근으로 사회적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결국 우리 사회는 불행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요즘은 대중강연을 할 때, 투표 잘 하자고 합니다. 기후변화의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 방향으로 제대로 갈 수 있는 정치인을 우리가 뽑아야 합니다. 법 정책, 제도가 바뀌어야 에너지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반인도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법, 정책, 제도를 만드는 정치인들을 잘 뽑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 또 경제투표 잘해야 된다고 말합니다. 투표는 정치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돈으로도 투표할 수 있어요. 조금 더 에너지 효율적인 제품을 구입한다든가, 조금 더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든 제품을 구입한다든가, 과다포장을 하지 않는 제품을 사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훨씬 더 좋은 제품을 많이 가질 수가 있습니다. 그런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바로 제품에 투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통해 그런 에너지 효율적이고 기후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흥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 주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우리는 국민으로서의 정치적 주권과 소비자로서의 경제 주권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화폐를 가지고 상품에 대해서도 투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단체에 후원하세요. 우리가 지금 한달에 커피를 얼마나 많이 마시고 있습니까? 커피 한 두 잔만 아껴도 환경단체, 에너지단체 한두 군데는 지원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단체를 지원해야, 그 사람들이 밥 걱정 안하고 우리사회 공익을 위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다른 생명체를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환경문제는 정부만 비난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나 기후변화문제를 혼자 다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경유차 몰고 다니고 대중교통 안타고 다니는데 말이죠. 나 스스로 대중교통 타야지요.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Q. 정말 실천이 전부인 거 같습니다.
A. 덧붙여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공부도 필요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정말 많습니다. 우리는 빈번해지는 지진 등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아끼면 지진에 취약한 노후 원전 하나 닫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닙니다. 우리가 집에서도 얼마나 등을 많이 켜 놓고 살고 있습니까? 또 일하는 곳에서는 어떤가요? 많은 분들이 사무실을 비우더라도 불을 다 켜놓고 다닙니다. 얼마나 이게 문제가 많습니까? 원전 하나가 생산하는 전기를 지난 번 폐쇄된 고리1호기의 경우로 보면 전체 사용량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집과 사무실에서 등 하나만 덜 켜는 것만으로도 상쇄할 수 있는 전기량입니다.ⓦ

*인류세 :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말한다.
**RE100(RenewableEnergy 100%) : 화석연료 에너지와 같이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에너지 대신 친환경적인 재생 에너지를 소비하여 환경 보호에 힘쓰는 캠페인

❖ 본 기사는 환경잡지 '바질'3호  - 생활전기 편에 게재된 내용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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