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두호마을에 어사암을 아시나요?

기장 죽성리 두호 마을에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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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혜(n76090)등록 2019.07.19 08:59
부산 기장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멸치? 다시마?
봄 축제?
아님 동부산 해안로 ?

부산이 고향이 아닌 나로서는 
가장 먼저 봄축제와 더불어 방문했던 기장의 모습이 우선 떠올랐다.
그만큼 내겐 기장이란 곳이 축제나 음식으로 뇌리에 남아 있었는데, 최근 역사 인문학 투어를 하면서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겼서 다녀왔다.
드라마를 촬영했던 세트장을 그대로 두고, 지역 예술가들이 공동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죽성동 드림세트장"이었다.중학교때 영세를 받았던터라 나는 그곳이 정말 성당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곳은 한 방송사의 드라마 촬영지였고, 그 세트장을 그대로 두고 지역 예술가분들의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풍광 역시 좋아서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또한 성모상도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었고, 주변 곳곳엔 사진을 담아 두기에 좋은 장소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투어를 가면 습관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가는 장소의 마을을 둘러 보는 것이고, 그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조사해보고 가능하다면 그 마을에 오래 사셨던 분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드라마 세트장으로 가는 길에 해녀상이 있고, 두호 마을이라고 해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 역시나 이 마을도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 이야기가 있었다.

두호마을 버스 하차장앞 방파제 너머에 "어사암"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 그 바위에 얽힌 사연이다.

조선 고종 시대에 해창(海倉)에서 곡물을 실은 배가 죽성리 바다 매바위 근처 암초에 침몰을 하는 일이 있었는데,흉년으로 굶주리던 어촌 주민들이 바다로 들어가  그 곡식들을 건져내어 가족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이것이 관아에 알려지어 주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잡혀가고 죽기까지 하는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조정에서는 볏섬 도난 사건과 주민들의 고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도재"어사를 파견하여 진상을 조사토록 했고, 어촌 주민들은 그 당시 기장에 관기인 월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사정을 대신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그당시 기장 관아에서 주민들이 도적질과 수량을 허위로 작성하고 세금을 수탈하려는 것이 조사중 나오게 되었고  억울한 주민들이 풀려나며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이에 기장 주민들이 그 공덕을 기리는 생사단 비를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어사암(御使岩)이다.
또한 매의 형상을 한 매바위에 새겨져 있고, 오늘날 석비는 기장 읍성 동문지앞 석비군에 있다.

지금도 
가끔 기사에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소송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런 기사를 보면 내 개인이 생각으로는 저 억울함을 어떻게 증명하고 현명한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기장 두호마을의 볏섬 도난 사건은 다행히 조정에서 파견된 어사의 현명함과 주민의 억울함을 잘 전해준 관기 월매의 기지로 해결이 됐다고 하니, 먼 옛 이야기지만 마음이 따뜻함을 느꼈다.

이렇듯 
나의 다소 엉뚱하지만 습관적인 행동인 마을 이야기 조사로 
내겐 기장 두호 마을은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  주민들의 억울함을 해결한 어사와 마을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되었다.

어사암의 이야기를 알리는 안내판은 태풍 피해로 인해 지금은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두호 마을 바닷가 앞에는 다시 생길 태풍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방파제 인근에 테라포트를 설치해놓은것을 볼 수있다.
올 여름은 아직 태풍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방파제 앞 시설물들을 보니 
큰 피해없이 이 계절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과
또한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이렇듯 두호마을과 얽힌 어사암이나 매바위등 
마을을 알리는 귀중한 이야기가 담긴 안내판을 다시 제작해서 설치해놓았으면 하는 것이다.

관광객으로 근처 풍광과 드라마 세트장만 보고 지나치기엔
두호마을은 가슴 아프지만 또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말이다.
첨부파일 매바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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